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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다 첫 방송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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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10월 10일 화요일.

오늘은 라디오 DJ 첫 방송 녹화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기 어린이집 등원을 준비했다. 9시 30분까지 용산 FM 사무실로 가야 했기에 서둘러야 했다. 9시 전에 아기를 맡기고 사무실로 향했다.


도착하니 국장님은 방송장비 세팅과 큐시트 작성 등으로 바쁘셨다. 우리가 처음 방송을 하는지라 수업 때는 배웠지만 큐시트 작성하는 것을 놓치고 있었다. 국장님은

"방송하려면 큐시트가 있어야 돼요. 다음 방송부터는 큐시트 준비해 주세요."라고 했다.

"네. 알겠습니다."


이어서 우리 셋은 대본 리허설에 들어갔다. 셋이 서로의 파트를 읽어보며 대화를 맞춰 보았다. N은 멘트가 너무 많은 것 같아 조금 줄였다고 했다. 출력해서 들고 있는 그녀의 대본을 보니 수정펜으로 그은 줄과 글이 여럿 보였다. 미리 준비하고 연습한 흔적이었다. 대본 출력도 안 하고 사전 연습도 없이 국장님에게

"집에 인쇄기가 없어서요."

라고 말한 나와 너무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대본 연습이 끝나고 옆방에 있는 방송실로 향했다. 테이블이 마련돼 있었고 오늘의 주인공인 N이 가운데 앉고 나와 Y가 양 옆에 앉았다.


국장님은 카메라 세팅, 화면 체크, 음악 준비 등 여러모로 가장 바쁘셨다. 저번 리허설 때는 강사님과 카메라 세팅을 도와주셨던 분이 있어 수월했는데 오늘은 국장님 혼자였다. 컴퓨터와 각종 장비가 있는 자리에 앉아 화면을 봤다가 일어나서 카메라 화면 체크하고 다시 자리에 앉으면서 방송장비를 세팅하셨다. 할 줄 알면 도와드리고 싶은데 아는 게 없어서 할 수가 없었다.


마이크 소리 체크 완료 후 드디어 방송 녹화가 시작됐다. 오프닝 음악이 시작되고 국장님 사인에 맞춰 첫 멘트가 이어졌다. 첫 방송이라 긴장도 되고 자꾸 목소리가 잠기기 시작했다. 가끔 화면도 봐야 하는데 시선 처리도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중간중간 사인을 못 봐서 엉뚱한 곳에서 멘트를 시작하고, 목이 잠겨 컥컥 거리기도 했다. 머리를 쓸어 넘기기도 하고 얼굴이 가려워 긁기도 했다.


힘겹게 1부 녹화를 끝내고 음악 송출 시간이었다. 잠시 한숨을 쉬며 쉬고 있는데 국장님이 말했다.

"지금 이 방송 유튜브에서 실시간 송출되고 있어요."

"네?"

우리는 다들 놀라 소리쳤다. 국장님은

"유튜브 방송은 녹화 때 이렇게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이후 비공개로 변경 후 편집하고 완성되면 다시 올려요."라고 하신다.

"아. 원래 그런 거예요?"

"네. 어차피 지금 이 방송 보고 있는 사람 없으니깐 걱정 마세요."라고 하시며 활짝 웃으신다.


음악이 끝나가고 2부 녹화가 시작됐다. 난 다시 목이 잠기기 시작했다. 배에서도 꼬르륵 소리가 났다. 평소에는 안 그런데 긴장을 하니 신체에서 이상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신과 육체는 연결돼 있다더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2부는 멘트가 긴 게 많은데 다행히 나는 짧은 멘트 몇 개만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멀뚱히 있으면서 리액션을 해줘야 하는데 이것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려웠다. 방송이 쉽지 않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드디어 녹화가 끝났다. 이제야 마음이 놓이는 듯했다. 국장님은 잘했다며 우리를 칭찬해 주셨다. 그리고

"N이 만들어준 썸네일이 유튜브 규격에 안 맞아요. 이걸 수정해서 다시 주셔야 해요."라고 하셨다. 유튜브 방송 첫 화면에 보이는 썸네일 규격이 있는데 기존에 만들어 온 것이 안맞아 사진이 잘리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국장님은

"썸네일 다시 주고 편집하면 이번 주말쯤 방송 완성본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하셨다.


우리는 첫 방송 기념으로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헤어졌다. 국장님은 카톡에 일단 우리만 볼 수 있도록 링크를 보내 주셨다. 편집 전 방송을 보니 편집된 완성본을 보고 싶었다. 중간중간 카톡에서 썸네일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고 하루하루 기다리는데 완성본이 나왔다는 소식이 없었다.


기다리다 혼자 용산 FM 채널에 들어가 보기도 하면서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국장님이 완성본을 카톡에 올려 주셨다. 규격에 맞춘 썸네일과 방송 중간중간 자막, 사진 등 편집 전보다 보기가 훨씬 좋았다.


국장님은 완성된 방송 링크를 라디오 DJ 수업을 했던 멤버방 카톡에도 올려 주셨다. 가장 처음으로 강사님이 축하와 응원글을 올려 주셨다. 이후 스피치 강사님과 다른 멤버도 첫 방송을 축하해 주셨다. 라디오 DJ 수업 후 첫 결과물이었다.


라디오 DJ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수업에 참여했는데 정말 라디오 DJ가 되어 방송을 시작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면 되는구나!, 도전하면 되는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당신이 하고 싶은 일에 바로 도전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라디오 DJ되기 글을 마칩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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