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25개월 하은이가 가장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엄마. 저리 가!"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하은이는 뭐든지 혼자 하려고 한다.
아기들 성향이 독립적인 아이가 있고 의존적인 아이가 있다고 한다. 주양육자가 독립적이고 아이가 독립적이면 아이는 커서 '우리 부모님은 내 독립적인 성향을 존중해 주셨어.'라고 생각하고 만족한다고 한다. 하지만 주양육자가 독립적인 성향이고 아이가 의존적인 경우 아이는 '난 적절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컸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하은인 독립적인 성향인 것 같고 나 역시 독립적이다. 그래서인가 나는 아기가 "엄마 저리 가!" 이러면 "알았어."하고 한 발 물러서서 옆에서 지켜본다.
대표적인 예가 세면대에서 손을 씻을 때이다. 도서관이나 교회, 키즈카페 등 화장실에서 손을 씻을 때 하은인 발받침대에 올라가 혼자 손을 씻으려 한다. 혹시 받침대에서 떨어질까 봐 잡아주려고 옆으로 가면 영락없이 하은이가 소리친다.
"엄마 저리 가."
바로 옆 세면대를 손으로 가리키며 그런다. 자기 스스로 손을 씻을 테니 엄마는 옆에 있는 세면대를 사용하라는 것이다. 옆에서 안 도와주고 보고 있으면 혼자 물을 틀려고 끙끙거린다. 안되면 그제야 도움을 요청한다.
"엄마가 도와주세요."
그러면 그때 가서 몸을 잡아 주거나 비누 묻히는 것을 도와준다.
신발을 신을 때도 마찬가지다. 신발을 신기 위해 아기가 바닥에 앉으면 성격이 급한 나는 신발을 집어 아기 발에 신기려 한다. 그때 하은이가 소리친다.
"엄마. 저리 가."
그러면서 스스로 신발을 잡고 신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그제야 또 '아차' 싶어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집이 끝나고 하원 때도 아이가 신발을 혼자 신으려 한다. 선생님은 옆에서 기다려주는 나를 보고 이렇게 말씀하신다.
"하은이 엄마는 기다려 주시네요. 그게 좋은 거예요."
나도 기다려줘야 하고 그게 좋은 건 알지만 급한 성격 탓에 가끔은 기다리지 못하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때도 많다. 아기를 키우면서 내 급한 성격이 스스로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랑 같이 일했던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며,
힘들어도 티 안 내고 잘 대해줬던 그들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든다.
아기를 키우는 건 힘든 일이지만 그만큼 내가 나를 돌아보고 성장하는 시간이 되는 것 같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고 한다. 무언가 힘들면 힘든 만큼 얻는 게 있다. 무언가 기쁜 일이 넘치면 그만큼 반대급부가 찾아온다.
누군가 그랬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 중 좋은걸 '+'라고 하고 나쁜 일을 '-'라고 했을 때 더하면 '0'이 된다고.
좋은 일이 있다고 마냥 기뻐하지 말고 안 좋은 일이 생겼다고 마냥 슬퍼할게 아니다. 결국 0으로 가기 위해 반대급부가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