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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Dec 07. 2023

엄마 나 힌드러(힘들어)

아기에게 장염이

시작은 어린이집 엄마들 단톡방 톡이었다.

 "우리 oo이 분수토 했어요. 다른 아가들 괜찮은가요?"

이 말을 시작으로 '우리 아이도 그랬어요' 다른 엄마들의 답변이 이어졌다.


'갑자기 무슨 일이지?'

안 그래도 며칠 전 엄마들은 아기들을 데리고 단체로 키즈카페를 갔었다. 난 감기가 심해 못 갔는데 거기 갔던 엄마들이 '우리 애도 토했어요' 이런 말에 '키즈카페에서 무슨 바이러스 옮았나?'라고 단순히 생각했다.


키즈카페 다음날 어린이집에서 김치를 담그고 집에 해바라기씨를 보내줬었다. 아이들이 토를 하니 정확한 원인을 몰라 어린이집에서 담근 김치, 해바라기씨를 버리는 엄마도 있었다. 다행히 우리 아가는 토를 안 하고 멀쩡해

'하은인 키즈카페 안 가서 괜찮은가? 아님 장염 예방접종 해서 가볍게 지나가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아이들 토 사건은 금요일부터 주말까지 이어졌고 다음 주 월요일 등원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 하은인 괜찮은 듯하여 등원시켰다. 화요일이 됐고 시댁에서 김장을 해 아기 하원 후 시댁에 갔다. 이미 김장은 끝났고 돼지고기 수육과 김장김치, 김장 속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은이도 너무 신나게 먹고 돌아다녀 시어머니께

"어린이집 같은 반 아가들 토하고 그랬다는데 하은인 다행히 괜찮아요."라며 말씀드렸다.


이후 저녁 6시쯤 됐고 하은인 잠이 오는지 우유를 찾기 시작했다. 우유를 먹고 얼마 후 하은인 오늘 먹은 음식을 분수토로 쏟아냈다. 급하게 시댁에서 나와 집 근처 야간진료 하는 병원으로 갔다. 차에서도 계속 토해, 나와 하은이 옷은 토가 여기저기 묻어 있었다. 그러나 늦은 시간이라 혹시 진료를 못 볼까 토가 묻은 상태로 병원으로 향했다.


어떻게든 진료를 보기 위해 접수를 서둘렀다. 병원은 어린이 어른 할 것 없이 꽉 차 있었다. 접수를 하는 와중에도 하은인 구토가 올라오는지 계속 '욱~ 욱~'거렸다. 바닥에 토를 할까 아기수건을 입에 대주고 접수가 끝난 후 아기를 안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30분 이상 대기 후 진료를 받고 약을 받았다. 집에 가자마자 약부터 먹이고 아기옷을 갈아입혔다. 아기는 힘들었는지 곧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기는 축 처져 소파에 누워만 있었다.

"엄마 나 힌드러(힘들어)"

축 처져 잠만 자는 아기를 보니 소아과를 다시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자고 일어난 아기는 목이 말랐는지 도라지음료를 마셨다. 그리고 얼마 후 또 토를 했다. 우는 아기를 달래며 옷을 갈아입히고 어제 간 병원이 아닌 평소 다니던 소아과병원으로 향했다.


의사 선생님은 장염이라며 토를 방지해 주는 주사와 약을 처방해 주셨다. 진료를 받고 나와 집으로 가려는데 아기가 말했다.

"엄마 빵 사줘."

"빵? 안돼. 또 토하면 어떻게 해?"

"빵 사줘. 나 배고파"

아기는 찡찡대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아기가 먹은 것도 없고 토도 했으니 배가 고플 만도 했다. 주사도 맞았으니 조금은 안심하고 빵집으로 향했다.


아기는 식빵을 골랐다. 식빵을 먹는 아기를 보며 혹시 토하면 바로 받기 위해 그릇도 옆에 준비해 뒀다. 다행히 주사의 힘인지 아기는 그 이후로 토를 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겪으며 '아가들 토한다 했을 때 어린이집 보내지 말걸.'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게 후회가 됐다.


요즘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유행한다고 한다. 항생제도 잘 듣지 않고 아기들 걸리면 낫는데 한 달은 걸린다고 하니 더욱 유의하고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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