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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Dec 21. 2023

엄마 아랑해(사랑해)

26개월 아이 이야기

요즘 하은이는 아침저녁으로 짜증이 많다. 잠자기 싫어하는 하은이는 10시 반부터 모든 불을 끄고 엄마, 아빠와 같이 눕혀놔도 잠을 자지 않는다. 누웠다가 앉아서 머리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엄마 하은이 어딨지?"

이러면서 까꿍 놀이를 시작한다. 아이에게 맞장구를 쳐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어? 하은이 어디 갔지? 하은아~ 하은아~"

애타게 아이를 찾으면 그제야 웃으면서 이불을 벗어던지며

"나 여깄지요" 이런다.

문제는 이것을 여러 번 반복한다는 것이다.

"하은아. 이제 그만 자야지."라고 해도 다시 이불을 뒤집어쓴다.

까꿍놀이가 끝나도 잠이 안 오는지 이불을 덮어달라 그랬다가 이불을 걷어찼다가를 반복하기도 하고 거실로 나가기도 한다. 그러다 11시 반이나 12시가 돼서야 잠에 든다.


어제 뒤척인 하은인 다음날 아침 잘 일어나지 못한다. 어린이집 갈 시간이 다 돼도 자고 있는 아이를 깨우면 찡찡 대고 울기 시작한다. 겨우 일어나서 옷을 입히면

"따가워" 라고 말하며 울면서 옷을 벗어버리려 한다. 다시 다른 옷을 입히면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찡찡대면서 옷을 입지 않는다. 어린이집 갈 시간은 다가오고 내 인내심도 한계에 이른다.

"하은아. 어린이집 가야지. 옷 좀 입고 울지 좀 말고" 결국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만다. 그러면 하은이는 질세라 더 크게 운다.


약속이라도 있어서 빨리 나가야 할 때면 아이의 이런 행동을 참아주기 힘들다. 결국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낸다.

"그만 좀 울라고. 엄마 나가야 된단 말이야. 어린이집도 늦었잖아."

계속 우는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면 아이는 더 크게 울면서

"엄마 나 안아줘" 그런다.

"신발 먼저 신고. 신발 신고 안아줄게."라고 해도

"안아줘, 안아줘" 울면서 말하는데 점점 짜증이 올라온다.


우는 아이를 안고 신발을 신기고 밖으로 나간다. 아이는 신기하게 밖에 나가면 덜 운다. 계속 아이를 안고 있기 힘들어 내려놓고 손을 잡고 걸어간다. 그러면 몇 걸음 가다가

"엄마 나 안아줘. 나 힘들어"

한숨이 나온다. 갈수록 무게가 늘어가는 하은이를 안아주는 건 쉽지 않다. 얼마 전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척추가 왼쪽으로 휘었다고 한다. 하은이를 매번 왼팔로 안았는데 그게 원인인 것 같다.

"하은아. 엄마도 힘들어. 걸어가면 안 될까?"라고 말해도

"엄마 안아줘"라고 말하는 하은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안아준다.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엄마 아랑해"

"아랑해? 뭐라고?"

"엄마 아랑해"

"아랑해? 사랑해? 엄마 사랑한다고?"

"응 엄마 아랑해."

이렇게 말하는 하은이를 보며 지금까지 하은이에게 화낸 게 많이 미안하다.

'나는 왜 내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는 걸까. 아이를 이해하며 화를 안 낼 수는 없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며 죄책감이 몰려온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 안쓰러운 마음을 담아 나도 말한다.

"엄마도 하은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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