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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Dec 28. 2023

산타할아버지가 준 치약

26개월 아이의 세 번째 크리스마스

"엄마, 나 산타할아버지가 준 치약으로 이빨 닦을래"

26개월 아이는 크리스마스 때 받은 선물을 찾았다.

"알았어. 기다려."

나는 치약이 있는 곳으로 뛰어가 집은 뒤 바로 아이에게 줬다.

"여기"

아이는 치약 뚜껑을 돌돌 돌려 열고 작은 손으로 치약을 잡고 눌렀다.

"많이 바를 거야."

취약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칫솔에 치약을 묻히려 낑낑대는 아이를 보며

"너무 많이 바르면 안 돼."

아이는 치약이 맛있는지 칫솔에 작은 콩 크기로 짜고 이를 닦듯 칫솔을 입에 집에 넣은 후 먹었다.

"우르르 퉤 해야지."

"싫어. 안 할 거야."

그동안은 이를 안 닦아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치약을 먹어서 걱정이다.


태어나서 세 번째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하은이. 첫 크리스마스는 태어난 지 3개월이었고 두 번째 크리스마스도 15개월이라 말도 잘 못할 때라 그냥저냥 지나갔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산타할아버지라는 말도 하고 선물이 뭔지도 안다.

'무슨 선물을 해줘야 할까?'

어린이집 반 친구들도 다 받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 나도 꼭 해주고 싶었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그 주 평일에 부모님과 연말을 함께 보낼 겸 친정에 갔다. 날도 날이라 그런지 엄마는 하은이에게 분홍색 내복을, 여동생은 예쁜 잠바를 선물해 줬다. 이후 친정으로 돌아왔고 23일에는 집에서 홈파티를 열었다. 작년에도 했었는데 동일한 멤버들과 자연스럽게 이번 해도 크리스마스 파티를 한 것이다. 한 형제가 가장 먼저 도착했다. 그는 집으로 들어오면서 작은 상자를 하은이에게 주며

"이거 하은이 선물"

"와. 하은이 좋겠다."

아이는 낯선 사람으로부터 받은 선물이라 그런지 웃지도 울지도 않는 무표정으로 떨떠름하게 선물을 받았다. 이후 도착한 부부 역시 하은이에게 작은 상자를 줬다.

"하은아. 이거 하은이 거"

하은이는 이번에도 역시 비슷한 표정으로 선물을 받았다.

"하은아. 고맙습니다. 해야지"

"고맙습니다."

하은이는 며칠 전 독감으로 고생했고 회복하는 중이라 기운이 없었다.     

"하은이가 많이 아팠어요. 지금도 그래서 기운이 별로 없어요."

나는 혹시나 그들이 서운해할까 봐 이렇게 말했다.


이번 주일은 크리스마스이브였다. 하은이는 주일학교가 끝나는 시간에 찾으러 가니 역시나 손에 선물을 들고 있었다.

"하은이 크리스마스 선물 받았어?"

"응"

"하은이 좋겠다. 하은이 이번에 선물 정말 많이 받았네. 할머니가 내복 사줬지, 이모가 잠바 사줬지, 교회 삼촌이 화장품놀이 사줬지, 교회 이모가 양말 사줬지. 오늘 교회에서도 선물 받고. 하은이 기분 좋아?"

"응 기분 좋아"

이렇게 되니 '내가 또 선물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어린 시절 산타할아버지가 정말 있는 줄 알았다. 나중에 부모님이 선물 주시는 거라는 걸 깨닫기 전까지는. 그래서 선물을 받으려고 크리스마스이브에 산타할아버지한테 원하는 선물을 기도하며 집 밖에 양말을 걸어놓기도 했다. 다음날 밖에 나가보면 양말이 텅 비어 있었다. 이런 아픈? 기억이 있기에 하은이에게는 양말에 선물을 넣어주고 싶었다.


25일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새벽 5시에 그냥 눈이 떠졌다. 거실로 나가 창가에 걸려 있는 가랜드 줄에 집게로 양말을 고정했다. 한쪽에는 치약을 한쪽에는 풍선을 넣었다.

'산타할아버지가 이 열심히 닦으라고 치약 줬다고 하면 잘 닦을지도 몰라.'

풍선은 그냥 아이가 좋아할듯해 넣었다. 몇 시간이 흘렀고 하은이가 기지개를 켰다.

"하은이 일어났어?"

"응"

"하은아.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주고 가셨네. 나와서 확인해 봐"

"산타할아버지가?"

하은이는 바로 일어나 거실로 뛰어나왔다. 여기저기 쳐다보는 아이에게

"저기. 양말 보이지? 저 안에 봐봐"

하은이는 소파 위로 올라가 양말을 집고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물건을 잡아 뺐다.

"이거 뭐지?"

"뭘까? 치약이네. 산타할아버지가 하은이 이빨 열심히 닦으라고 치약 선물해 주셨나 보다."

하은인 다른 양말도 잡아당겨 풍선을 집어 들었다. 기분이 좋은지 이를 드러내며 웃는 하은이.

"하은이 산타할아버지한테 선물 받으니깐 좋아?"

"응 좋아"


산타할아버지 선물 덕분에 하은이는 이 닦는 걸 좋아하게 됐다.


내년에는 무슨 선물을 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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