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정 Jan 18. 2024

아이 폐렴과 소아과 의료 문제  

27개월 아이 폐렴에 걸린 이야기

선교를 다녀온 하은이는 많이 힘들었는지 3일째 설사를 했다. 기침도 갈수록 잦아졌다. 월요일에는 힘이 든 지 어린이집에 가는 걸 거부했다. 기침이 잦아져 집 근처 소아과를 방문했다. 약을 받아 안심을 하고 아이에게 약을 먹였다. 저녁이 되어 잠자리에 들었다. 하은이는 밤새 기침을 했다. 작년에도 기침으로 대학병원에서 알레르기, 천식 치료를 받았던 아이라 걱정이 커졌다. 그곳은 24시간 예약을 받는 병원이라 새벽 1시 반에 전화를 걸고 진료를 예약했다. 역시나 대학병원이라 다음 주 화요일 오전으로 예약이 잡혔다.

'다음 주에 진료라니. 그때까지 괜찮을까?'


아침까지 끊임없이 기침하는 게 예사롭지 않았다. 남편이 출근하자마자 아이를 데리고 서울역 근처 소화의원으로 향했다. 소화의원은 동네 병원보다 조금 큰 병원이다. 동네 병원과 대학 병원의 중간 단계 병원이다. 엑스레이를 찍을 수 있고 채혈실도 있다. 또 예약 없이 접수증을 뽑아 기다리면 바로 진료를 볼 수 있다. 


밖으로 나가니 함박눈이 오고 있었다. 우리 집에서는 소화의원에 바로 가는 버스가 없다. 택시를 호출하기 위해 카카오택시 어플로 요청을 했다. 하지만 눈이 와서인지 응답하는 택시가 한 대도 없었다. 기다리다 안 되겠다 싶어 버스를 탔다. 택시를 타면 10분 안에 도착할 거리인데 버스를 타면 2번을 갈아타야 한다. 눈이 많이 와 우산을 쓰고 아이를 안고 버스를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는데 땀이 절로 나고 몸에서 후끈후끈 열이 올랐다. 겨우겨우 마지막 버스에서 내려 아이를 안고 소화병원으로 뛰다시피 걸었다. 접수를 하니 10번 순서였다. 순서가 돼 진료실로 들어갔다.


 진료는 김교언 의사 선생님에게 받았다. 진료실 문 옆 안내판에 진료분야가 알레르기 호흡기 클리닉(폐기능검사)이라고 쓰여 있었다.

'딱이다. 우리 하은이 앞으로 여기 오면 되겠다.'

대학병원도 좋지만 바로 진료받기 힘들고 사람이 많아 오래 기다려 힘들었던 나는 집 근처에서 편리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곳을 찾은 것 같아 참 기뻤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김교언 교수님은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소아호흡기알레르기 분야 명의셨다고 한다.


3일 전부터 설사를 하고 기침이 점점 심해진다는 말씀을 드리자 조심스럽게 하은이 목을 만지셨다. 조금 있으니 하은이가 격하게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의사 선생님은

"지금 기침을 유발하는 곳을 만졌어요. 기침이 꽤 길고 심하네요. 엑스레이 사진 찍어봐야겠어요."라고 하셨다. 엑스레이 찍고 난 후 결과를 보러 다시 진료실로 들어갔다. 교수님은 하은이 엑스레이 사진, 비교사진, 그 외 여러 자료를 보여 주시며 설명을 시작하셨다.

"기침이 나오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여기, 여기, 여기 이렇게 있는데(기억이 잘 안 나서 간단하게 쓸게요^^;) 일단 이 쪽은 괜찮고요. 폐사진을 보면 여기가 깨끗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하얗죠? 초기폐렴입니다. 입원은 이러이러한 경우 하게 되는데요 지금 너무 어리진 않고 아직 초기니 48시간 약을 먹은 후 경과를 지켜봅시다."(더 자세히 상세히 설명해 주셨는데 기억이 안 난다.^^;)

"폐렴인데 요즘 중국발 폐렴도 있고 원인을 알아야 하니 폐렴 검사 하고 갈게요. 3일 후에 다시 오세요."

진료를 마치고 수납 후 채혈실에서 코로나 검사처럼 긴 면봉을 하은이 코에 찌르는 검사로 병원진료는 끝이 났다. 하은이는 좀 울었지만 진정됐고 같이 손잡고 약국으로 향했다.


약을 짓자마자 빨리 먹였다. 조금이라도 병이 진행되는 걸 막고 싶었다. 눈도 오고 바람도 찼다. 병원 오기 전에 폐렴은 생각도 못했다.

'진료 끝나면 인근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 마시고 하은이는 좋아하는 한라봉 주스 사줘야지. 그리고 버스를 타고 키즈카페로 가서 하은이 노는 동안 난 블로그 글 쓰면 되겠다.'라고 행복 회로를 돌렸는데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다. 버스를 타고 하은이와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는 몸이 안 좋은지 집 밖으로 나갈 생각을 안 했다.  


약은 최소 5시간 이상 6시간 간격으로 먹이라는 약사분 말에 따라 시간을 맞춰서 먹였다. 집에서 휴식도 취하고 약도 잘 들어서인지 기침이 점점 잦아들었다. 진료 2일째 되는 날엔 밤에 기침을 하지 않았다. 정말 감사했다. 하은인 계속 약을 먹어서인지 약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약 먹기 싫어."

먹기 싫다고 도망 다니고 얼굴을 소파에 박기도 했다. 억지로 먹이기 힘들 때 내가 쓰는 방법이 있다.

"약 먹으면 엄마가 타요버스 보여줄게."

이건 정말 어쩔 수 없을 때 쓰는 필살기다. 핸드폰으로 타요버스 영상을 보여준다는 말에 하은인 바로 약을 한 번에 쭉 빨아먹었다. 핸드폰 영상을 자주 보여주는 건 안 좋지만 이럴 땐 고맙기도 하다. 3일 후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병원이 한산했다. 진료실로 들어갔다.

"좀 어떻습니까?"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네. 기침도 거의 안 하고 아주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콧물이 계속 납니다."

"폐렴은 좋아져도 약을 먹어야 하는 기간이 있습니다. 7일 약 지어줄 테니 끝까지 먹이세요. 그리고 콧물은 약을 다 먹어도 계속 나면 알레르기 검사를 해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진료를 마쳤다. 이후 7일 동안 열심히 약을 먹였다. 지금은 거의 기침을 안 하고 회복해 어린이집도 다시 나가고 있다.


아이가 아플 때 좋은 병원과 의사 선생님을 만나는 건 정말 복인 것 같다. 요즘 태어나는 아이가 줄어들어 소아청소년과도 없어지고 닫는 소아과가 많아진다는 소식을 들으면 걱정이 많이 된다. (출산할 수 있는 산부인과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급할 땐 소아과가 아닌 일반 병원도 가는데 사실 약을 먹어도 잘 낫지 않는다. 정확히 아이 병을 치료하기엔 소아청소년과 병원을 가야 한다. 소화의원도 갈 때마다 아이들이 별로 없고 한산한 걸 보면 이곳도 없어질까 걱정이 된다. 전에는 입원실도 운영하고 주말 진료도 했었는데 이젠 입원병실도 운영 안하고 주말 진료도 많이 축소됐다. 아이 수가 줄어들지만 모든 아이들은 적정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아이들은 어릴수록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어른과 달리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는데 이런 면에서 국가에서 대책을 세워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즘 소아과병원 관련 이슈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다행히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 그렇지 않은 곳도 많은 것 같습니다. 관련 뉴스를 첨부해 봅니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 되길 바라며.


"폐지도 아니고 폐과라니…" 소아청소년과 교수들, 개원의에 "유감"

소아과 오픈런 '대기 190명'…브런치는 개뿔[남기자의 체헐리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