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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Dec 14. 2023

버스 혼나야 돼!!

26개월 아기 이야기

26개월 아이와 가끔 버스를 탑니다. 어제도 하원 후 마트에 들렀다가 집에 갈 때 버스를 탔는데요. 자리에 혼자 앉겠다고 고집을 피워 아이를 앞에 앉히고 전 바로 뒤에 앉았습니다. 아이 어린이집 가방이 몸에 매여 있어 가방끈을 잡고 아이가 넘어지지 않게 뒤에서 붙잡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뒤를 돌아보며

"엄마 이거 빼줘"

라며 연신 가방을 빼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아이를 붙잡기 힘들기에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가던 중 버스의 움직임에 따라 아이는 뒤로 벌러덩 눕게 됐는데요.(물론 제가 뒤에서 잡고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아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버스 혼나야 돼."

혹시 기사님이 들을까 마음 졸이며 아이에게 버스에선 조용히 하는 거라고 주의를 주었답니다.


아이가 "혼나야 돼"란 말을 쓰는 이유는 제가 보통 때 자주 아이에게 한 말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이가 물건을 던지거나 음식을 먹기 싫다고 그릇을 뒤집어 버릴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은이 혼나야 돼"

이런 말을 자주 듣던 아이는 어느 날부터 이 말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밤 '잉잉~' 거리는 소리에 자다가 일어나 모기를 잡으려고 애쓰고 있는데 하은이가 말했습니다.

"모기 혼나야 돼"


어느 날은 아빠와 거실에서 축구를 하다 공을 뺏기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 혼나야 돼"


하은인 얼굴에 로션 바르는 걸 싫어하는데요. 로션을 바르지도 못하게 하고 안 바르니 피부가 건조해질까 걱정돼 얼굴에 로션을 억지로 바르면 소리 지르고 울면서 한마디 합니다.

"엄마 혼나야 돼"

그러더니 어제는 급기야 버스 혼나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아이의 언어 발달을 보니 부모가 사용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하면서 말을 배우는 것이 보입니다. 어린이집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 부모가 자주 쓰는 단어나 말투까지 아이들이 따라 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언어를 조심해서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며 자란다고 하니 더욱더 언행에 조심하며 아이를 키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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