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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피기 전에도 난 차올라서

시간을 하나씩 잡아내어 음미하며

by 신거니

유달리 길었던 겨울이 지나고 이제 봄기운이 완연하다. 매년 맞이하는 봄인데 올해는 유독 더 반갑다. 그리고 그 따뜻함과 시원함에 절로 감탄하게 된다. 기나긴 터널처럼 느껴졌던 회사 생활이 이제야 마무리가 되는 듯한, 그런 묘한 기분이 든다. 이 시간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새삼 퇴사를 하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능한 한 나에게는 충만한 시간을 주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에게 건낼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가능한 한 이 자유를 한껏 만끽하고 싶다. 내게 자유란 하릴없는 주말의 연속보다는 알차게 보낸 월요일이다.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앞에 주어진 시간을 하나둘씩 벼려내어 내 안을 채워가는 기분, 그게 자유다.


그래서 비록 시간이 넘쳐나는 반 백수이지만 오히려 회사를 다닐 때보다 일 생각도 더 많이 하고, 더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직장에 있을 때는 일이 끝난 후의 달콤한 휴식시간을 어떻게든 정당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미처 해가 떨어지기도 전에 집에 와서 온전히 내 시간을 누리니 그 누구에게도 핑계를 댈 수 없다. 또 항상 뭐라도 해야 직성에 풀리는 성격이라 마냥 늘어져 있고 싶은 마음도 없다.


머릿속으로 떠올린 계획을 다 실천하면서 살려면 아마 하루가 모자라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조금은 고삐를 늦추고 제대로 된 방향성을 찾는데 더 집중하고 있다. 시간의 양은 정해져 있지만 그 질은 내가 하기 나름이다. 그냥 흘려보낼 수도 있고, 아니면 세상 뿌듯하게 지낼 수도 있다. 벚꽃이 피기 전부터 내 마음은 한껏 뭔가로 차올랐음을, 그것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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