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면 불안하지 않냐고?

당연히 미친듯이 불안하지

by 신거니

저녁에 맥주 한잔을 마시고 앉아 내 미래를 생각해보니 불안하다.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유튜브를 켜서 이런저런 퇴사 관련 영상을 봤다. 제각기 다른 사람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한다. '그냥' 나오지 말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그러면 남들이 보기에 '그냥' 나오는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음에 번아웃 정도는 와야 맘 편하게 나올 수 있으려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괜히 봤나 싶다.


불안함을 풀어놓으면 계속 커진다. 생각은 생각을 부르고 걷잡을 수 없다. 여기에 알딸딸하게 알코올이 조금 들어갔다면 더더욱. 안 되겠다. 당장 컴퓨터를 켜고 브런치를 열었다. 불안한 마음을 정리하는 데는 글쓰기 만한 게 없다. 언어의 형태로 내면을 풀어내면 선명해진다. 내 머릿속이. 너, 대체 뭐가 불안한 거니? 답해줄 이가 없으니 자문자답을 하련다.



1. 퇴사를 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어.

: 퇴근을 하고 집에 앉아 있다 보면 헷갈릴 때가 있어. 퇴사를 하는 게 맞는 건가? 조금 더 버텨야 하는 거 아닐까?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겠지. 인생에 정답은 없다지만 너에게 조금 더 적합한 선택지는 있어. 그럴 땐 너의 마음에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 감정은 그 상황에 대한 가장 정확한 해석이래. 내가 슬프면 슬픈 거고, 내가 힘들면 힘든 거야. 회사에서 일할 때, 상사와 부대낄 때, 출근하거나 퇴근할 때, 마음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살펴봐.


2. 당장 뭐 먹고살지? 회사에 다시 들어가야 하나?

: 사람이 그냥 죽으리라는 법은 없더라. 우선 모아놓은 돈도 있고, 몸만 성하면 할 수 있는 일도 많이 있어. 퇴사를 하면 당장 월급은 끊기겠지. 하지만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열려. 쉽진 않겠지만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야. 투자로 조금씩 불려도 좋고, 아르바이트를 해도 되고, 이직을 해도 되고, 과외를 할 수도 있고. 하다못해 있는 돈 파먹으면서 지내도 좋아. 조급함만 버리면 길은 많으니 찬찬히 생각해봐.


3. 퇴사하고 뭐하지? 그냥 무의미하게 시간이 흘러가는 건 아닐까?

: 퇴사를 하기 전까지 다음 스텝이 확실히 정해지면 좋겠지만 사실 그런 경우는 드물어.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에 내던져지지. 결국은 네가 하기 나름이야. 버킷 리스트가 있다면 하나씩 이뤄보고,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기도 하고, 새로운 걸 배워도 좋고, 뭘 할지 생각해보기도 하고. 지금 종이 한 장이라도 꺼내서 하나씩 적어보는 건 어떨까? 제주 올레길 완주라든지. 하루에 브런치 글 하나씩 포스팅하기라든지.






불안함은 찰나의 감정이라고 치부하기엔 계속 내 곁에 남아있다. 삶에 대한 옅은 피로감이나 우울함과 같이 끈덕지게 붙어있다. 모든 일이 잘 풀려도 이게 언제 어그러질까 불안해하는 게 사람이다. 수풀 너머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항상 걱정하던 옛 조상의 피를 이어받아서일까. 더 복잡하고 넓어진 사회 관계망 내에서 이런 성향은 더 심해진다.


불안함을 비롯한 여러 부정적인 감정은 그대로 두면 끝없이 깊어진다. 긍정적인 감정은 금방 휘발되지만. 참 야속하다. 그래서 어떤 형태로든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글이든, 말이든, 그림이든 뭐든 간에. 그렇지 않으면 약해진 마음을 따라 그림자가 스멀스멀 퍼져나간다. 선을 그어야 한다. 나의 쿠크다스 멘탈을 지키기 위해서.


사실 퇴사에 불안해하는 건 당연한 이치 아닐까. 다음 목적지가 확실히 정해졌다고 해도 말이다. 변화는 항상 크고 작은 불안감을 데리고 다닌다. 좋든 싫든 삶의 관성을 무시할 수 없다. 확실함에 발을 디디면 편안하다. 그 바깥으로 한 발만 뻗으면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변화의 파도는 철썩철썩 내가 디디고 있는 땅을 때린다. 조금씩 침식해온다. 무너질 때까지.


사람은 누구나 불안하다. 중요한 건 불안함의 대상이다. 나갈 것을 두려워하며 발만 구르고 있다간 무너져버린다. 내 발밑이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는 걸 느낄 때, 사람은 비로소 여정을 시작한다. 변화에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은 불안함이 없는 게 아니라, 무엇을 두려워해야 할지 아는 것이다. 정말 미치도록 불안하다. 그래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