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지난 시점에 새삼 가져보는 새해의 다짐
"일상을 정확하게 표현한다"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콘텐츠 창작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일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물론 창작이란 어떠한 방향성을 갖기 마련이라 자연스러운 수순일 수도 있겠지만, 이와는 별도로 세상에 있는 좋은 재료를 골고루 담아내고 있는지에는 확신이 없다.
특히 나와는 다른 결, 다른 가치관, 다른 사상을 가진 사람에 대해 예의를 가장한 무관심 내지는 적개심을 보인 것은 아닌지, 나아가 나만의 우물에 갇혀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사실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꽤 위험한 태도다. 입맛에 맞는 정보나 생각만을 받아들이면 그 안에서 나올 수 있는 건 결국 제한적인 동어반복이니까.
비록 내향적인 사람이지만 그게 누군가를 받아들이지 못할 핑계가 되진 않는다. 물론 모두와 친구가 될 필요는 없다. 도무지 동의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모든 사람이 저마다 최선의 삶을 산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한 번은 귀를 기울여야 마땅하다. 판단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독서모임도 하고 유튜브 채널에서 인터뷰도 진행하며 나와는 살아가는 모습과 결이 다른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된다. 이전 같았으면 멀찍이 떨어져 마음의 벽을 쳤겠지만 (물론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렇지만) 새해가 되어 새삼 그러지 말자는 다짐을 해본다.
여러 다른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 식견이 얼마나 좁은지, 결국엔 덮어놓고 부정할 삶의 형태란 얼마나 적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누군가를 바꾸려고 구슬리기보다는 그저 내 생각을 세상에 가만히 펼쳐놓게 된다.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듣는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 더 좋은 인사이트가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렇게 조금씩 편협한 시각을 내려놓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게 된다.
모든 생각과 신념이 같은 무게감과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 생각'이 가장 가치 있다고 속단하지는 않으려 한다. 최선의 패를 내보이고, 바꿀 수 있으면 바꾸고, 그렇게 더 나은 사람이 되면 그만이다. 어차피 '내 생각'이라고 부르는 녀석들도 실은 오롯이 내면에서 피어난 꽃은 아니니까. 씨앗은 분명 어딘가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왔을 테니까. '내 것'이 내 것이 아니라면 '네 것'이 내 것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렇게 모이고 모인, 누군가에게는 모순덩어리일 나의 존재를, 그리고 모두의 존재를 힘껏 끌어안고. 그렇게 새해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