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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거니 Feb 24. 2023

예민한 미니멀리스트

나야 나, 나야 나

일전에 내가 가진 예민함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거기에 이어서.

https://brunch.co.kr/@gunnythegreat/107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가진 여러 가지 특성이 실은 예민함이라는 감각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예민함이 어디에서 왔는지 묻는다면 아직은 답할 수 없지만.


1. 커피


최근에 룸메이트 분과 이야기하며 알게 된 사실이다. 커피는 일종의 각성제인데, 그게 예민한 나에게 더 안 맞을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난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속이 좋지 않은 데다 심장이 빨리 뛰는 게 느껴지는 등 부작용이 많아서다. 커피를 물처럼 마시는 분들은 놀란다. 어떻게 커피를 마시지 않고 하루를 버틸 수 있느냐고. 예민한 사람은 쉽게 각성이 된다. (실은 피곤한 건 매한가지다) 각성제보다는 몸과 마음을 이완시킬 수 있는 따뜻한 차나 차라리 술이 더 큰 도움이 된다. 


2. 정리정돈


조금은 강박적일 정도로 정리정돈을 하는 편이다. 물론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하게 사는 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물건을 제자리에 두고, 바탕화면을 정리하고, 웬만한 건 서랍 안에 넣어버리는 편이다. 정신 사납게 이리저리 난립해 있으면 쉽게 신경이 쓰인다. 안 그래도 생각이 많고 깊게 이어지니까.


미니멀한 바탕화면 그 자체


3. 그래서 좋아하는 것


- 시끄러운 도시보다는 조용한 자연

- 다수의 그룹보다는 소수와의 만남

- 커피보다는 차

- 맥시멀리즘보다는 미니멀리즘

- 넓고 개방된 장소보다는 작더라도 안정감을 주는 공간


4. 미니멀리즘과 분석


미니멀리즘은 '필요한 것만 남기는 행위'다. 예민하고 생각 많은 나에게는 꼭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필요한 것만 남기려면 우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잔가지를 쳐내고 가장 중요한 것만 발라내야 한다. 이게 분석적이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길 좋아하는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다.


분석은 한 대상을 분해하고 해체하여 나름의 방식으로 정리하고, 라벨링을 하고, 요약된 형태로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일상을 정확하게 표현'한다는 저 문장도 실은 수많은 자극과 함께하는 일상을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5. 일


이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하나로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힌트는 얻을 수 있다.


- 우선 예민한 감각을 이용해 뭔가를 정리하고, 분석하고, 요약하는 작업이 있다. 예전부터 잔가지를 쳐내고 핵심만 남기는 일을 잘했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글쓰기, 콘텐츠 제작, 컨설팅, 사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 너무 많은 사람과 소통하거나, 너무 변수가 많거나, 단순 반복하는 일은 하기 어렵다. 퍼포먼스를 낼 수도 없고, 쉽게 지쳐버린다. 혼자, 혹은 소수의 사람과 일해야 한다.


6. 예민함


책 <센서티브>에는 '민감함은 신이 주신 최고의 감각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때때로 예민함 탓에 피곤하지만 잘 다독이고 살아간다면 누구보다 세상을 깊이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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