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세상에는 괴롭기만 한 일도, 즐겁기만 한 일도 없다. 각 일을 이루고 있는 세부사항이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택했지만 막상 그 안에 내재한 가시 같은 단점 탓에 힘들어하는 경우도, 억지로 하는 일에서 의외의 즐거움을 찾는 경우도 흔하다.
'일' 자체가 본래 힘들다는 것, 그 안에 수많은 디테일이 숨어있다는 것을 먼저 인지해야 한다. 물론 일에 수반되는 모든 내용을 미리 아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같은 일이라도 맥락과 상황, 주변 환경에 따라 많은 부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은 여타의 식상한, 하지만 전통 있는 조언에 따라 '자신을 아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확히 자신의 '무엇'을 알아야 하는 걸까? '일'이라는 맥락 하에서의 자신을 안다는 건 단순한 자아성찰이나 성격유형검사 이상의 결맞음(Fit)을 탐색하는 행위를 포함한다.
물론 특정한 일이 꼭 이분법적으로 맞거나 안 맞거나 하는 식으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절대적인 수치로 매겨질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 다만 상대적인 비교를 통해 어떤 일이 더 맞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 가늠해 보는 건 가능하다.
나를 안다는 건 골방에 들어앉아 사색만 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자기 모습을 직간접적으로 알아가는 행위다. 나를 특정한 상황에 던져 넣어보자. 어떻게 반응하고, 어려움을 헤쳐나가는지 관찰하자. 데이터가 쌓이고 다발의 형태로 모이게 되면 '나'에 대한 특정한 상(像)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의 상(像)과 일의 상(像)이 어떻게 공명하는지를 알 수 있다면 결맞음(Fit)을 파악하는 과정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한 결맞음을 늘어놓고 비교하고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과정 역시 완벽한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는 데에는 시간과 에너지가 든다.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한 직업을 얻지 못할 수도 없다. 그래서 우선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즉 첫 직업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다른 일을 탐색하는 방법을 차선책으로 삼을 수 있다.
할 수 있는 일이란 지나친 괴로움을 수반하지 않고 일정 기간 지속할 수 있는 상태에 있어야 한다. 탐색 기간 동안 삶을 꾸려갈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 보상이 담보되어야 한다. 또한 다음 과정으로 이행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적, 체력적, 정신적 여유를 제공해야 한다. 한병철 작가가 말했듯 '번아웃은 혁명을 배제'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너무 힘들면 '다음'을 보지 못하고 퍼져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