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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거니 Nov 26. 2023

두 번째 퇴사를 앞두고

시작의 끝, 끝의 시작

수많은 생각과 감정, 우려와 기대가 날실과 씨실로 교차한다. 그래도 처음으로 퇴사를 했던 2년 전과는 달리, 이제는 손에 무언가가 남았다고 믿는다.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막연한 희망과, 보다 두터워진 삶에서의 경험이 남지 않았겠는가.


변화는 항상 불안과 두려움을 수반한다. 어른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피터팬 증후군'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1인분의 삶은 그 자체로 뻐근한 부담감을 안기기 마련이다. 세상 모든 일에 도전하는 만용을 부리고 싶지는 않다. 다만 원하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다른 무언가를 놓아야 한다는 걸 이제는 자연스레 체화했을 뿐이다.


첫 번째 회사에서는 비즈니스 환경에서의 기본적인 매너 및 업무방식과, 유통업계의 메커니즘과, 공적으로 엮인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방법과, 인간 군상의 단면을 배웠다.

두 번째 회사에서는 창작가와 사업가로 살아가는 마인드셋과, 출판업계의 메커니즘과, 비즈니스 모델의 골조와, 같은 이상을 꿈꾸는 동료의 중요성을 배웠다.


그리고 이렇게 단편적으로 나열되는 '배움'을 넘어선 감정의 소용돌이와, 경험을 얻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지난 5년이라는 기간 동안 나를 스쳐간 모든 것에 이제는 조금 감사하게 된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감사함은 그래서 당위다.


죽음 자체가 두려움과 안도감을 동시에 안기듯, 퇴사 또한 마찬가지다.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싹을 틔울 수 있게끔 우선은 푹 쉬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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