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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거니 Dec 03. 2023

퇴사하고 뭐 할지 묻는 사람들에게

사실 특별한 건 없다

백수가 된 지 3일이 지났다.


사실 삶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더 이상 회사에 나가지 않는 사람이 되었고, 그 외에는 거의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아니, 따지고 보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든지 다른 점을 짚어낼 수 있으리라. 평일에도 잠을 조금 더 잘 수 있다든지, 출퇴근길을 인내하지 않아도 된다든지 하는 사소한 점이라도 말이다.


퇴사는 통상 분명한 목적성을 타인에 의해, 그리고 때때로 자신에 의해 요구받는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서도 먹고살 수 있을 만큼 넉넉한 사람이 적은 탓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퇴사 이후에 하는 모든 행위가 꼭 경제적으로 변역 될 필요는 없다. 퇴사의 이유가 다른 것이었다면, 예컨대 휴식이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그 목표를 충실하게 수행하기 때문이다.


퇴사를 한 이유를 한 가지로 딱 꼬집어서 말하기는 어렵다. 휴식도 필요했다. 다른 일도 해보고 싶었다. 마음이 편안하고 싶었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전시회를 보고, 산책을 하고 싶었다. 이 모든 일을 직장과도 병행할 수 있다는 것 따위 알고 있다. 하지만 단 하루라도 회사를 다녀본 이들은 안다. '병행'이라는 간편한 단어가 가지고 있는 묵직한 무게감을 말이다. 그냥 조금 가벼워지고 싶었다,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평소에도 계획을 세우는 편이 아니라 '퇴사 후 실천할 100가지 버킷리스트'는 적어도 내 사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염두에 두고 있는 여러 일이 적당한 거리에서 부유할 뿐이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기에, 더 정확히는 '최선'에 매몰되어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쓰고 싶지는 않기에.


일하던 곳에서 소소한 일감을 받았고, 파트너의 일을 도와주기로 했고,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을 하기 위한 일을 해야 한다. 목적에 맞는 공부와, 지나치게 늘어지지 않는 휴식과, 중간중간 마음껏 향유할 예술과, 사색과, 산책과, 운동과, 미래에 대한 약간의 궁리와, 결코 놓을 수 없는 글쓰기와, 불안감을 삭히기 위한 심호흡을 위해 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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