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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거니 Dec 24. 2023

계획 세우지 않는 사람이 계획 세우는 간단한 방법

너 P야?

평소 신년 계획 같은 걸 세우는 편은 아니다. 장기적인 계획보다는 눈앞에 일을 하나하나 처리하는 것이 더 낫다고 여겨서다. 다만 어느 정도 따를 수 있는 방향성은 있는 게 좋다고 여겨 다이어리를 펼쳤다. (게다가 몰스킨 다이어리를 선물받았다. 쓰지 않으면 묘한 죄책감을 안긴다. 이게 몰스킨의 힘일까?) 사실 신년 계획이라고 하면 한없이 막연해진다. 버킷 리스트 마냥 몇 줄을 끄적이다 끝나고 만다.


그래서 구체적인 계획을 먼저 세우겠다고 달려드는 것보다는 가장 중요한 목표를 하나씩 적어보기로 한다. 아예 카테고리를 정해서 일(Work), 건강(Health), 자아(Ego), 돈(Money), 관계(Affinity)를 나열하고 각 파트에서 우선시해야 할 1번 목표를 끄적인다. (나 홀로 밀고 있는 WHEMA에 근거했다.)


그렇게 1번 목표만 적어도 벌써 5개의 굵직한 방향성이 세워지게 된다. 그럼 1년을 다시 살아가며 마음에 두고 있어야 할 가닥이 잡힌다. 이것만 해내도 실은 용하다. 그러니 5개를 넘어가는 목표는 보너스 라운드라고 생각하자.


방향성을 정했다면 이제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세부사항을 쭉 적어본다. 처음부터 거창할 필요가 없다. 키워드의 나열도 좋고, 주저리주저리 문장으로 풀어도 좋다. 환원주의적 시각에 입각해 세부내용을 나눠도 좋고, 그보다는 통찰을 요하는 일이라면 가능성만을 서술해도 된다. 중요한 건 그 목표를 머릿속 어딘가에 지니고서 일말의 죄책감을 같이 데리고 사는 일이다. (나를 움직이는 8할은 죄책감과 두려움이다.)


목표를 정하는 SMART 방법론이라는 개념이 있다. 목표를 설정함에 있어 염두에 두어야 할 5가지 원칙의 앞글자를 따서 자기 계발서 느낌으로 버무린 것이다.


S(specific): 구체적으로

M(Measurable): 측정 가능하도록

A(Attainable): 달성 가능한

R(Realistic): 현실적인

T(Time-bound): 기한을 두고


목표에 SMART를 부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치화다. 그냥 '다이어트하기'가 아니라 '몸무게를 6월까지 5kg 감량'하는 식으로 숫자를 여기저기 끼워 넣으면 좋다. 물론 이게 힘든 영역도 있다. 특히 추상적인 목표가 그러하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라든지, '00와 행복하게 살기'라든지.


그렇다면 그 추상적인 목표를 이루어냈다는 구체적인 징표를 적어보는 건 어떨까? 여기에 꼭 숫자가 들어갈 이유는 없다. 예를 들어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보다는 '새로운 사업 런칭하기'라고 써보는 식이다. 만약 너무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이미지만 머릿속을 부유한다면 그건 적어도 다이어리에 시간을 들여 끄적이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살아가며 마음속에 간직하면 되니까.


모든 걸 다 계획할 수도 없지만, 그럴 필요도 없다. 때로는 올라가야만 보이는 것도 있기 마련이고, 특정 목표를 이뤄도 장벽에 부딪힐 수 있다. 삶은 우연의 연속이다. 그래서 꿀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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