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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거니 Nov 23. 2024

입사한 지 3개월, 팀이 사라졌다

회사를 나가는 다양한 이유들

처음에 분명 5명으로 시작했던 팀은 하나둘씩 쪼그라들었다. 사이가 나쁜 것도, 특별히 사건사고가 있던 것도 아니다. 그저 그 모두를 붙들 만큼 이 조직이, 또는 이 팀이 가진 중력이 크지 않았던 게다. 급기야 이번에는 팀장도 이직을 한다며 퇴사 통보를 했다. 팀에서만 3번째 퇴사자다. 덕분에 다른 부서로 통폐합되었다.


왜일까,라고 묻기에는 자명한 이유가 선연하게 남아있다. 그걸 주저리주저리 푸는 건 회사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다만 그만큼 남아있을 이유가 없기에 퇴사자가 이토록 자주 나온다는 얘기만 가볍게 던질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기회만 생기면 문을 박차고 뛰쳐나가는 거지. 큰 조직이라고, 공공조직이라고 다를까. 요즘 공무원 조직에서도 젊은 직원을 붙들기 위해 진땀을 뺀다고 하는데 말이다.


퇴사는 이제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어서, 오히려 이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하는 게 민망할 정도다. 퇴사하라고 부추기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니까. 이유는 다양하다. 비전이 없어서, 일이 힘들어서, 페이가 적어서, 쉬고 싶어서, 다른 일을 하고 싶어서, 세계여행을 하고 싶어서 등등. 그런데 사실 나갈 이유는 얼마든 만들어낼 수 있다. 중요한 건 이제 퇴사가 흠이 아니며, 그저 선택지 중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나 역시 두 번의 퇴사를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퇴사에 관한 책도 썼다. 그런 나에게 3번째 직장은 실은 보다 가벼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물론 직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일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업무 시간 내에서다. 그 안에서 더욱 가열차게 자신을 채찍질해서 승진을 하고, 최상의 결과물을 내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다. 그러한 노력이 만족할만한 보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고, 나에겐 항상 다른 계획이 있으니까.


계획의 가장 큰 줄기를 이루는 건 '갑을 시스템 벗어나기'다. 어떻게 보면 가장 소박하고, 어떻게 보면 가장 거창하다. 난, (말할 때마다 이상한 시선을 받긴 하지만)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좋아하지 않는 것과 싫어하는 건 다르기에 견디며 살뿐이다. 그런 '사람'(으윽....)이 잔뜩 모여있는 '조직'(아아....), 그중에서도 위아래를 나누는 '갑을 시스템'(아이고....)은 어떻겠는가.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들어가도, 전문직을 해도, 프리랜서를 해도 영영 벗어나기 어려운 갑을의 굴레.... 사실 갑을은 비즈니스 그 자체에 내재되어 있으므로, 어쩌면 벗어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그래서 그토록 많은 이들이 자동화된 수익이 나오는 건물주를 꿈꾸는 것일 텐데, 누가 건물을 떡 하니 눈앞에 갖다 바치지 않는 이상 어려운 일이라는 게 함정이다. 그리고 누군가 지적했듯 건물주도 힘들게(상대적이지만) 산다.


그러자면 또 다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실력을 키워야 하고, 돈도 열심히 모아야 한다. 모두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매일의 삶에서 실천할 수 있기도 하다. 조금씩 쌓아 올리는 '느린 성공'이 오히려 더 매력적인 이유다. 쉽게 올린 건 쉽게 무너진다. 운과 타이밍이 맞아 그릇에 맞지 많은 행운을 얻었을 때 도리어 삶이 불행해질 수 있다. 천천히, 단단하게 구축한 무언가는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 주제는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풀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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