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밖에 뭐가 있길래

내가 먼저 보고 말해줄게

by 신거니

조금 구태의연해진 감은 있지만 퇴사는 여전히 큰 도전이다. 단순히 회사 울타리 밖으로 나가는 것 이상의 도전. 정해진 길이 아니라 나만의 길을 걷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두렵고 불안하다. 미지의 영역이니까. 정해진 길이 쉽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더 힘들다. 그 위에서는 모두가 앞만 보고 달린다. 조금이라도 뒤쳐지면 안 된다.


대학에 들어갔으면 취업을 해야 하고, 취업을 하고 나면 결혼을 준비해야 한다. 집도 마련해야 하고 출산과 더불어 가정을 꾸려야 한다. 어떻게 보면 단순하다. 하지만 각 단계마다 죽을힘을 다해야 한다. 상어는 수영을 멈추면 죽는다고 한다. 상어처럼 살아야 한다. 멈추지 않고 계속 헤엄치기. 그게 이 길에서의 삶이다.


회사를 박차고 나오면 모든 게 해결될까? 그렇지는 않다. '나만의 길'은 한편으로 길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 스스로 헤치고 나가야 한다. 누군가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도 있고,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길이 맞는지 일러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오로지 자신이 부여하는 의미만이 힌트를 넌지시 건넨다. 누군가는 행복을, 누군가는 성취감을, 누군가는 충만함을 길잡이 삼아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또 믿게 된다.






회사 생활 3년 차,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이 시점에 퇴사를 결심한 건 대단한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궁금하다. 회사 밖에 대체 뭐가 있길래 이토록 설왕설래가 오가는 걸까. 어떤 이는 절대 나오지 말라고 하고, 다른 이는 당장 회사를 때려치우고 자신의 일을 하라고 한다. 저마다 자신의 경험과 기준에서 말한다. 음식의 맛을 알려면 직접 먹어보는 수밖에 없다. 명백히 잘못된 길이 아니라면 몸으로 겪고 나서 판단하고 싶다.


정해진 길만을 안전하게 달렸던 지난 세월에 대한 반항심도 있다. 얼마 전 결혼한 사촌누나를 앞에 두고 이제 언제 아이를 낳느냐는 말이 오간다. 단계를 아무리 밟아나가도 나는 항상 다음 단계를 지향해야 하는 존재가 된다. 정말 모든 과업을 완벽하게 해낸다면 모를까. 그런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적어도 난 아니다.


남들보다 조금 먼저 상자를 열어보자. 무엇이 들어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최소한 내 손으로 뭔가를 이뤘다는 작은 성취감이라도 있지 않을까. 판도라의 상자도 아니고 세상이 무너지거나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상자 안을 들여다보고 다른 이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런 세상도 있더라고.


하지만 억지로 손을 잡아끌고 싶지는 않다. 그럴 능력도 권리도 없다. 내가 오롯이 책임질 수 있는 건 오직 나 자신뿐이다. 섣불리 조언하거나 충고하지 않으려고 한다. 물어보면 대답해주고, 주저하면 등을 살짝 밀어줄 수는 있다. 자신의 인생을 살게끔 열심히 응원하면서 말이다. 그게 겁 많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나저나 회사 밖엔 정말 뭐가 있을까? 하루하루 날짜를 지워가며 기다리고 있다.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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