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쿠
난 겁이 많다.
그래서 망설인다. 거절당할까 봐, 창피당할까 봐, 실패할까 봐, 다시는 내 안전지대(Comfort Zone)로 돌아오지 못할까 봐.
알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난 겁이 많다는 걸. 그래서 일단 냅다 나 자신을 던져 넣는다. 죽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살아내겠지 하면서.
최근엔 퇴사가 그랬다. 여기서 평생 안주하게 될까 봐, 그게 두려웠다. 그래서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쳐줬지만 난 알고 있다. 이제야 시작이라는 걸.
퇴사 이후에도 삶이 계속 이어진다. 다르게 살길 원해서 다르게 살아보려 하는데 어쩐지 내 몸은 익숙한 그 무언가를 찾아 헤맨다. 나에게 맞지 않는 걸 억지로 참을 필요는 없지만 약간의 불편함 정도는 감수해야 했었는데.
세상은 기다리지 않는다. 누구도 기다리지 않는다. 알고 있다. 알고 있기에 더 두려워진다. 그냥 생각 없이 도전해야 하나? 하지만 도전도 뭐가 있어야 도전을 하는 법이다. 낙하산도 없이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면 그냥 추락하고 만다.
어쩐지 '경력 있는 신입' 딜레마에 빠진 기분이다. 이걸 하려면 저게 있어야 하는데, 저걸 하려면 또 다른 게 필요하다. 어디서부터 첫 단추를 꿰어야 할까? 우선 익숙한 곳에서 시작해보기로 한다.
글쓰기, 그리고 루틴.
내가 가진 장점 중 하나는 꾸준함이다. 날 성장시킨다는, 혹은 그 자체로 좋다는 판단만 서면 반복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 이걸 알기에 매일같이 글 쓰는 루틴을 만들었다. 내일의 나도, 모레의 나도, 별 다른 일만 없다면 계속 글을 쓴다. 그저 결심만 하면 된다.
동시에 꾸준함은 항상 불안감을 동반한다. 불안하기에 꾸준함을 유지하기도 하지만 꾸준함 자체가 불안함을 만들어낸다.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지, 다른 걸 해야 하는 건 아닌지 헷갈린다. 아무도 답을 일러주지 않으니 스스로 찾아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난 글쓰기의 힘을 믿는다. 나 자신이 평생 해야 할 일이라는 확신도 있다. 하지만 세상은 이런 내 기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지 않겠는가. 이 모든 나의 노력이 그저 무용한 시간으로 판명 난다면 어떡할까? 물론 그 과정에서 난 생각을 정리했고, 마음을 가다듬었으니 후회는 하지 않겠지. 동시에 뭔가 가시적인 성과를 바라는 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심이다.
현재 몸을 담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님과도 이런 얘기를 나누었다. 글쓰기, 출판. 그 이후엔? 계획 없이 사는 나에게 계획이라니. 냉정하게 말하면 뭐라도 있어야 한다. 다른 플랫폼으로 이야기를 확장하든, 사업을 하든 말이다. 직장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나에겐 지금 그게 없다.
그렇다고 자괴감에 빠지거나 자기 비하를 하고 싶지는 않다. 글을 쓰는 건 여전히 즐겁고 내 영혼을 가득 채워준다. 가끔 좋은 반응도 올라오고, 내 글에 도움을 받았다는 사람도 있다. 글쓰기가 취미나 여가가 아니라 직업이 되려면 경제적인 보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경제적인 보상은 즉각 따라오지 않는다. 진정으로 내 일을 하려면 말이다. 돈을 생각하고 일을 시작하면 돈은 점점 더 멀어진다. 마치 고양이와 같다. 무심한 척 모르는 척 슬쩍 간식을 놓아두고 기다려야 살살 다가온다. 그리고 마침내 고양이가 품에 안겼을 때의 충만함은 세상 그 무엇과도 비길 수 없다.
브런치를 시작했다. 퇴사를 했다. 이사를 했다. 평소 일하고 싶던 분야의 스타트업에도 들어갔다. 등을 한번 더 떠밀어보자. 조심스럽지만 나답게. 뭐라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