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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굴쥐 Oct 25. 2021

오히려 좋아 - 아토피라서 (하)

(1) 편은 아래 글을 참고해주세요!


6. 운동을 처음 시작하다.


28살까지 제대로 된 운동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전혀 없었다. 


중, 고등학교 시절은 대부분의 여자아이들이 그렇듯 체육시간은 운동장 벤치에 앉아 수다 떠는 시간이었다.

대학교 때 PT라는 것이 유행하면서 딱 1달 동안 헬스장을 다녀본 적은 있으나, 운동에 흥미라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20대 내내 담을 쌓고 살아왔다.


나름 빵순이 스타일의 식단 조절로 (빵 먹고 밥 안 먹기) 운동 부족에 대한 대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조차 했다. 


그러나 아토피가 처음 생기자마자 식단 조절보다도 먼저 했던 일은 집 근처 필라테스에 등록을 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운동 없이 사는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무의식 중에 걱정을 하고 있었고, 아토피를 통해 내 몸이 나에게 '이젠 좀 운동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라고 보내는 신호로 나름의 해석을 했다.


벌써 운동을 시작한 지 5년째가 되었다. 

아직도 앉기보단 눕기를 좋아하고, 뛰기보단 걷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의 일상에 몸을 의식적으로 움직이는 시간이 생겼다는 점이 뿌듯하다. 




7.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되다. 


아토피랑 수면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식단 조절이나 운동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사실 잠이었다. 


아토피는 '면역'과 관련된 질병이다. 우리 몸의 아주 복잡한 생태계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뭐든 기본부터 잘 지켜야 한다는 사실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원래부터 그다지 올빼미형은 아니었지만, 우리 몸과 피부가 재생되는 시간이라고 알려진 '10시부터 2시 사이'는 어떻게든 사수하기 위해 10시 취침 루틴을 시작했다.


나름의 관찰 결과 나는 하루 8시간을 자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임을 (보통 7시간에서 9시간 사이라고 하지만, 각자 필요로 하는 최적의 수면 시간이 다르다고 한다) 알게 되었고, 특히 겨울이면 해가 뜨기도 전에 내가 먼저 일어난다는 사실이 새삼 뿌듯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8. 마음 챙김과 명상을 시작하다.


명상은 나에게 기도와 비슷한 존재였다. 


매일 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있거나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을 때 어릴 적부터 종종 해오던 의식이었다. 취업도 끝났고 한동안 상당히 안정적인 삶을 살아왔기에 명상에 잠시 소홀했지만, 이내 아토피의 천적인 '스트레스'를 관리하기에는 명상만큼 좋은 게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다행히도 최근 '마음 챙김' 또는 '명상'이라는 분야가 대중화되면서 유튜브나 관련 앱들 (마보) 찾기가 더욱 쉬워졌고, 매일 잠들기 전 하는 바디 스캔 명상은 꿀잠을 보장하는 나만의 루틴이 되었다. 



9. 노메이크업에 익숙해지다.


2010년 유행하던 '스모키 메이크업'에서 2015년 경 '내추럴 메이크업'으로 트렌드가 옮겨올 때는 큰 문제가 없었다. 내추럴한 메이크업을 한다고 해서 시간이 더 적게 걸리는 것은 전혀 아니었지만, 화장 지우기는 확실히 더 편해진 감이 있었다.


그렇지만 '파데 프리'라는 극단의 내추럴함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처음 나왔을 때는 솔직히 시도해볼 자신이 없었다. 화장을 하지 않고 바깥에 나가는 것은 조금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아토피는 운동과 마찬가지로 '노메이크업'이라는 또 하나의 극단적인 변화를 시도해볼 수 있게 도와주었다. 눈가는 물론 입가와 턱, 목, 귀 등 예민한 얼굴 부위들에 반응이 나타났기에 메이크업 제품을 바르는 것도 문제, 이를 지우기 위한 클렌징은 더 큰 문제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마스크와 함께하는 덕분에 노메이크업이 디폴트인 삶을 살고 있다.




10. 내 삶의 기록을 시작하다.


위에서 얘기한 식단 변화, 수면 시간의 변화, 운동과 명상하는 삶.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기록'하는 습관이 함께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몇 번의 패턴 변화가 있었지만, 지금 나의 다이어리에는 아래 내용이 빼곡히 적혀있다.


- 매일 기상시간과 취침 시간

- 매일 몇 시에 어떤 음식 먹었는지 기록과 사진

- 매일 그날의 아토피 증상 - 눈 사진

- 매일 아침 공복에 잰 몸무게

- 매일 운동/명상 실행 여부

- 매일 가장 기억에 남는 이벤트

- 매일 가장 감사한 일 3가지

- 매일 오늘 가장 집중하고 싶은 일


아토피라는 건강 문제 때문에 시작한 기록의 습관 덕분에 내 삶이 더욱 풍요로워진 느낌이다.


이상으로 오히려 좋아 - 아토피라서 좋은 점 10가지를 기록해보았습니다.


요즘 집에서 해먹는 #홈쿡 #홈베이킹 식생활은 인스타그램 에도 공유하고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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