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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붐 Mar 07. 2024

낙망은 인간의 죽음이다

 어젯밤. 오늘아침... 뭘하나. 검색,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좋은선택일까 하며. 만 나이 31 , 그러니까 석열나이 필터를 빼면 33세(오 젠장). 경력 무. 10대 부터 20대 시절 연기 공부를 조금 했으나 몸 상태(MS)를 이유로 그만뒀다. 고등학생 때 부터 오직 연기만을 꿈꿔왔으나 지난날을 돌아보니 연기라는 예술을 한다는 것에 취해있었던것 같다. 엄청나게 열정적인 듯 싶었으나 실상 그 열정은 그저 그 열정 자체를 향하고 있었다. 시간이 많이 지난 뒤 돌아보니 그렇더라. 모든 것에는 앞면과 뒷면이 있을 것인데 나는 연기라는 동전의 밝은 앞면에 취해 앞면만을 보며 지냈던 것 같다. 삶을 지탱하는 동전의 뒷면을 전혀 닦아놓지 않은 내 삶은 앞면의 빛을 볼 수 없게 되자 순식간에 무너져내렸다.


스물 넷에 발견한 MS 이후 동굴 속의 인간 처럼 살았다. 히키코모리라는 말은 그 시절 나를 위한 말이 아니었을까. 유일하게 주기적으로 외출하는 곳은 요가원 뿐이었다. 한시간 즈음 몸을 굴리고 나면 적어도 잠시간 숨통이 틔였다. 3년 가량 몸과 마음을 추스려 다시 연기의 문을 두드렸으나 뭉그러지는 발음에, 달리는 숨에, 에너지 넘치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관계에너지 부족에 ·· 부족한 체력에. 어느 시점에는 다시금 악화되어가는 건강을 감지했고, 놀란 거북이가 껍질 안으로 숨듯 다시 연기를 내려놓았다. 연기를 두번 내려놓은 것이다. 정말로 원하는것이라면 현재 상태가 어떻든 기어코 옆에 붙어있으려 하지 않을까? 나는 큰 충격이 왔을때 쉽게 연기라는 길을 내려놓았다. 그러니까 붙들고 있던 것도, 다시 또 붙든 것도 모두 두려움이 아니었을까. 현재의 상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 시도를 하는 것이 두려웠을 뿐이지는 않을까. 그런데 또 내려놓은 것을 구태여 거듭 다시금 집어드는 나는 또 뭐라는 말인가. 나는 아직도 연기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내려놓지 못했다. 새로운 방을 대학로에 잡은 것도 단지 교통이 좋고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이유가 전부일까.


최근 이 삼년 간은 글을 쓰겠다며 발악했지만, 글에 대한 마음을 품은지 어언 3년이 다 되어 가고, 이렇다 할 만한 글을 쓰지는 않았다. ‘못했다’ 쪽이 더 맞으려나. 언젠가 글을 써 내가 쓴 작품속의 비중이 작은 역할을 연기하고 싶다던 내 말은 그리 한낱 로망, 꿈일 뿐이었으며 아직 미처 버리지 못한 미련의 잔여물을 질질 끌고다녔던게 아닐까. 


자, 나는 서른 셋이고, 대학 중퇴했으니 고졸이고 취직 경력은 전무하고 체력이 강하지 않으며, 몸 관리(건강 관리)에 각별히 신경써야만 한다. 먹는 것과 내 주변의 환경에 큰 영향을 받으니까. 적어도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만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맞는듯하다. 글을 쓰기 위해선 다양한 경험도,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도 필수.. 라고 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상당히 도움이 될 게 틀림없다. 경험.. 경험이라. 일단 새로운 일을 구해야지. 새로운 일자리의 조건은 단순하다. 건강이 상하지 않을 수 있는 곳(미세먼지,분진,담배연기/환경호르몬/오랜더위와 추위 등으로 부터의 위협이 없는)이며, 학력과 무관한 곳, 경력과 무관한 곳. 열거해놓고 보니 참으로 간단해 껄껄 웃음이 나온다. 학력도 경력도 없는 33세 신입을 받고싶은 어떤 회사도 없을 것이니 제해놓고 생각한다면 내게는 현재 내게는 기술직만 남는다.


그게 무엇이던 가능한 곳에서 일을 하고, 배우고 익히며 글을 쓰자. 내가 가는 길은 어떻게든 연결되어 어떤 선을 이어나가고 어떤 청사진의 일부를 이루겠지. 낙천적으로 살려고 한다. 낙천적이라는 건 하늘을 긍하는 것이라는 말을 유튜브에서 주워들었다. 주워들을 게 참 많다. 이것저것 주워듣느라 낭비한 시간이 몇 트럭은 되는 것 같지만 이제는 거름망이 꽤 촘촘해졌다.

 

낙천적으로 바라볼 게 아무것도 없는 세상 같다고 느끼지만 그럼에도 하늘을, 세상을 긍정하는 건 인간인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의 의무인 듯 하다. 세상을 긍정하기 위해서는 희망이 있어야하고, 희망이 없는 삶과 희망이 있는 삶은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 인간은 자신의 3분의 1 크기인 오랑우탄 보다 근력이 3분의 1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의 자연계 상태에서 인간은 별 것도 아니다. 건빵 가루 같은 조무래기에 불과하다. 오랑우탄 보다 강한 동물이 세상에 얼마나 많을까. 그런데 100층이 넘는 빌딩을 세운 것도, 달에 처음 간 것도, 지구 생태계의 자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모두 인간이다. 희망의 방향을 좇자.


오전 11시 ~ 오후 9시.

스스로에게 허용하는 인터넷 사용시간을 써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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