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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붐 Mar 05. 2024

가능성

1km에서 4km로

 아직 따듯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지만 강한 추위의 영향권에서는 얼마간 멀어진 듯 하다. 추위가 한풀 가신 뒤면 으레 따라오는 악독한 녀석이 있었다. 예전에 부르던 이름은 황사, 현재의 이름은 미세먼지. 사실 그 둘을 구분하기란 영 석연치않다. 같이 다니는 듯한 느낌도 좀 들고. 나는 군대에 비교적 잠깐 머물렀다. 일년 정도. 군대에서 페인트 작업을 했던 날, 취침 중 갑자기 눈 한쪽이 안쪽부터 불로 지지는 듯 했고, 다음날 한쪽 눈의 시야가 거의 없어졌다. 국군수도병원에서 다발성경화증을 확진 받았고, 군대에서 나오게 됐다. 일년의 군생활 이후 사회로 나오니 미세먼지라는 단어가 그렇게 눈에 많이 띌 수 없었다. 그 전에도 본 적이 있기는 했다만 이렇게 눈에 많이 띈 것은 처음이라는 느낌. 어쨌든 의병제대 후의 일상에서 언제든 악화될 수 있는 몸에 대한 집요한 검강 염려와 미세먼지에 대한 염려로 삼,사 년을 흘려보냈다. 그 시간 동안 뭘 하지 못했다. 요가를 하고, 집 주변을 산책했다. 그 조차도 미세먼지가 나쁘지 않을 때라야 가능했다. 그 즈음(2015년-2016년 전후)의 공기는 매일같이 상당히 나빴고, 거의 패닉의 해 였던 걸로 기억한다. 


몸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을 때, 그러니까 내 몸이 내가 의도하고 바라는 대로 움직이고 버텨낼 거라는 믿음이 있던 때 나는 건강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었을까? 거의 라는 말이 무색할 만치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나는 10대 내내 병원에 간 적이 한 손에 꼽는데, 그 모든 건 다쳤을 때, 치아가 상했을 때 뿐이었다. 오죽이면 미세먼지라는 말이 2014년 즈음 등장한 말이라 생각했다. 그런 걸 보면, 자연재해_재난은 사람 관계 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 같지만 딱지 그렇지는 않다. 현재 연약하거나 건강의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먼저 그로 인해 피해를 볼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자연재해를 앓는 기간은 건강한 사람들에 비해 훨씬 길다. 심리적 위축이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종은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일 때, 어떤 동물보다 그 능력이 급격히 줄어든다. 해낼 수 있고 얼마가 걸리던 해내겠다는 심산의 사람이 만들어내는 결과와 심리적으로 주눅 든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결과는 그 어떤 생물 종이 만들 수 있는 것 보다 크다. 누군가는 달에 갈 수도, 누군가는 나라 바깥 땅을 한번 밟지도 못할 수도 있는 것 처럼. 적절한 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2014년 확진을 받았으니, 다발성경화증과 함께 생활한지 올해로 공식적으로 10년이 채워졌다. 10년 달성하면 무슨 콩고물이라도 떨어지는가 하면 그건 아니지만. 그냥 나와 함께 이 반려병도 노화한 것, 그뿐이다.


굳이 공식적이라는 단어를 붙인 이유는 확진받은 2014년 이전인 2011년 부터 줄곧 몸 상태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카페에서 일을 하던 나는,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압착할 커피를 두드리는 탬퍼라는 무게감있는 도구를 자주 들어야 했는데, 나도 모를 새 손에 힘이 풀려 곧잘 떨어트리곤 했다. 피부의 느낌도 영 이상하고, 내 몸이 예전과 다르다는 느낌을 하루에도 수차례 느낄 수 있었다. 무엇에 문제가 있을지 짐작가는 분야의 병원을 여러차례 순회했지만 검사 비용만 쭉쭉 빠져나갈 뿐 어떤 성과도 없었다. 당시의 나는 MRI라는 건 생각 조차 하지 못할 때 였다.


아무튼 확진후 10년, 나는 이제 4km를 달릴 수 있게 되었다.

https://blog.naver.com/write_heeboom/221131914393

이건 과거, 단지 걷기만 할 때의 기록. 평균 1.5km를 걷고, 맘먹고 최대로 걸었을 때 2km 초반대를 걸을 수 있던 2017년에 블로그에 남긴 기록이다.


지난 2월 나는 조깅을 열 두번 했고, 컨디션에 따라 최고 4.3km를, 보통 3.2km 이상을 달렸다. 몇 해 전의 나는 불과 1km를 달리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몸이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한 건 제작년과 작년. 재활PT를 받으며 신체적으로 큰 도움은 없었지만 심리적으로 '아, 내 몸의 근육도 성장 가능하구나!' 하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이후 바닥을 기던 몸의 성장 그래프는 우상향하고 있다. 물론 꾸준히 일정량의 운동을 하기엔 컨디션이 들쭉날쭉해 속도가 쭉쭉 붙지는 않았지만, 성장한다는 게 어디인가 말이다. 


작년에는 연세대 대운동장 가까이 거주하며 조깅을 자주 했다. 최근에는 우연히 읽게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에 관한 책을 읽은 후 더 뛰게 되었다. 꾸준히 하는 것 이상의 전략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씨-게 느끼며.


지금껏 걸을 때도 달릴 때도 일정량을 넘어서면 근육에 힘이 풀리며 발이 끌렸다. 발이 땅에 끌려 위험해진 적도 많았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다만 지금 분명히 달라진 것은 어떤 근육을 어떻게 단련하면 내게 도움이 될지 알고 있다는 것. 


하체 운동을 중점적으로 많이 하며,

특히 발목을 들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전경골근과 가자미근을 강화해야할 것이다.


10년간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과거의 시간은 하등 중요치 않다.


스트라바 기록을 보니 2월달엔 총 41km를 달렸다.

한달에 총 거리 5km씩, 한달에 150km를 달릴 수 있을 때 까지 몸을 만들어봐야겠다. 그 과정엔 다리 보강운동도 상당히 많이 해야 할 것이고, 몸 전반의 근력이 상당히 많이 자랄 거라 생각한다.  


사람은 희망을 따라가야만 한다. 어떤 경우에도 희망을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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