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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작가 Nov 18. 2021

또 한번의 퇴사

아랫 입술을 깨묻는 아이를 보며

2017년, 또 한번 퇴사를 하였다. 이력서에 하나의 사항이 또 하나 추가된 것이다.


6살 난 아들이 아랫 입술을 깨무는 버릇이 생겼던 구나 하고 처음에는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어느덧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랫 입술 밑 턱 주변이 거무스르하게 변할 정도로 빨아대는 아이가 보였다.


친정 엄마는 어느 TV 프로그램에 나왔던 비슷한 케이스를 들며, 욕구 불만이 있는 아이들이 그렇다며 근거 없는 이야기를 매우 진지하게 건넸다.


생뚱맞지만 나는 거무튀튀하게 멍든 아들의 입술을 보고 나를 돌아봐야 한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나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마음 속 한구석 상처가 해소되지 않아 도리어 아들을 아프게 하는 가시가 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나는 나를 돌아보기 위해, 나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만들지 않기 위해 이렇게 취업하기 힘든 이 시기에 또 퇴사를 하게 되었다.


퇴사를 하고 며칠은 해가 중천인데 집에 있는 것이 무척 신났다. 마치 학교 땡땡이를 치고 놀러나온 아이의 마음이었던 것 같다. 한달이 지났을쯤 몸이 무거워지고 전반적으로 만사가 귀찮아지기 시작한다. 퇴사를 하고 집에서 아이를 맞이하며 그 뭔지 모르는 욕구 불만을 해소해주고 싶었지만 아이는 여전히 입술을 빨아댔다. 설상가상으로 나는 더 바닥으로 가라앉는 무기력증에 빠져버렸다.


그러다가 하루종일 집밖으로 한걸음도 안 내딛는 중증 무기력증으로 진화하게 된다. 이성의 한 자락이 더 이상 '고시원 좀비'처럼 변해가면 안 된다며 경고를 쉴새 없이 울릴때면 수화기를 들어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려 약속을 미친듯이 잡았다. 그러나 막상 약속 당일이 되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게 내 몸뚱이인듯 집밖으로 나가는 일이 최고로 귀찮은 일이 되버렸다. 당일에 약속을 못 지켜 미안하다고 사과를 백만번 하고 집에 머물기를 몇일 하면 또 내 안의 이성이 경고를 울린다. 약속을 잡고 미안하다고 하면서 사죄하고 이 짓을 수만번 하는 내 모습을 누군가 전지적 시점에서 바라본다고 상상해보니. (여기서 내 모습 : 누워서 웹툰 보다 약속 파토내며 사과하고 그리고 넷플릭스로 미드 보다 잠들고 일어나서 못다 본 미드를 마져 보는 내 모습) 행복한 미친년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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