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작가 Aug 03. 2022

입사 다음날, 대표가 되었다._마지막이야기

초고속 승진...그리고 

노를 든 여자, 오소리작가

나를 회의실로 다시 부르더니 퇴사인터뷰를 하고싶다고 했다. 


법인등기부등본에서 나를 빼는 것이 더 급선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퇴사인터뷰라는 말에 조급증이 나면서도 퇴사자에게 이토록 매너 있을 수 있으면서 왜 입사자에게는 그토록 무례할 수 있었을까, 앞뒤가 안맞는 상황에 기가 막혔다. 하지만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좋은 낯으로 이 회사 등기부등본에서 사라지고 싶었다.



�대표 : 퇴사는 왜 하나요?
�나 : (속마음: you..때문에요) … 기존에 잘 운영되고 있던 회사에 제가 빠르게 적응하는게 좀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배운게 있으세요?
�(속마음: 법인 한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절대 잊지 못하겠..)너무 짧은 기간이라 배운 것이 무엇이 있을지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제니퍼를 대체할 사람은 어떤 역량이 있어야 할까요?
�(속마음: 대출 받아올 사람) …. 다양한 영역에 역량을 두루 지녀야 할 것 같습니다.

�새로올 대표가 회사에 잘 적응하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 (속마음 : 알고싶지 않다..)…. 회사에서 신입대표가 잘 적응할때까지 조금 차분히 기다려주시면 되지 않을까요?

�얼마나 기다려줘야 하나요?
�계약서에 명시된 최소 수습기간 3개월 정도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세요?
�‍�️(속마음: ….. 아무것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습 ….

그렇게 퇴사인터뷰를 마치고 등기 정리하자고 하자, 몇 주 전 등기 수정에 들어간 돈이 50만원 정도인데 또 추가 되겠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퇴사 당일
대표 자신은 너무 바빠서 나더러 법무사 사무실을 들러 등기수정을 해달라고 했다. 회사 인감과 나의 인감 그리고 법인인감 그리고 나의 개인 인감을 들고 역삼 어디쯤 있는 자비스를 방문한다. 담당 법무사(?)가 나와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몇 주전에 등기 수정하셨는데 또 하시네요? 라고 묻는 말에 어색하게 살짝 웃어넘겼다.

처리한 뒤, 회사 법인도장을 반납하기 위해 다시 사무실을 들어갔다. 바쁜 줄 알았던 대표는 사무실에 그냥 앉아 모니터를 물끄럼히 보고 있었다. 최대한 빠르게 내가 속해있었던 이 모든 것들과 멀어지고 싶다는 생각에 서두르다 보니, 생각보다 빨리 복귀했던 것 같다. 인감을 다시 반납하고, 이제 끝이죠? 물었다. 대표는 히스테릭하게 그럼 뭐가 더 있어요? 라고 반문했다.

나머지 멤버들은 나와 대표를 멀뚱히 바라보는게 느껴졌다. 안녕히계시라 말하고 나오는 길, 시계를 보니 오후 2시였다.

#에필로그
사대보험자격득실 신고서에는 정확히 2월 5일부터 2월 28일까지 근무로 찍혀있으나, 어느 누구에게도 자세히 이야기 해보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입사 후, 하루만에 최고속 승진 후, 최단기 퇴사를 했던 기묘한 이야기입니다. 당시에는 상황에 대한 야속함도 많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친절하지 않은 사람이 많이 조급할 때 저지를 수 있는 실수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지금은 어디선가 승승장구 하고 계실 그 대표님께 이렇게 훌륭한 소재를 제 인생에 투척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직접 전하지는 못할 것 같고 마음으로만 간직하고 있겠습니다.
#theend

매거진의 이전글 입사 다음날, 대표가 되었다._4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