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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서 배우는 외로움

인생을 대차대조표로 나누면..

by 룰루박

오뉴월 여름이 끝나갈 이 시점에 열감기 득템 하신 아들님.

기력을 조금 회복한 저녁 즈음 방문한 동네 놀이터.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4살 후반쯤부터 아들한텐 장소보다도 같이 놀 메이트의 존재 유무가 더 중요했던 것 같다. 맞벌이 부모를 둔 덕에 평일 동네 놀이터에 나가 놀 수 있는 건 간혹 열감기에 걸려서 어린이집을 쉴 때나 가능했었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미 구축되어 잘 놀고 있는 그룹 안으로 힘겹게 들어가야만 같이 놀 수 있는 환경이 구성되었다.


후천적 환경 때문인지 타고난 성향 때문인지 또래 의견에 쉬이 휩쓸리는 아이인지라 놀이터만 가면 우선 자기 또래 먼저 찾는데 우선이었다. 스스럼없었고 무리 없이 껴 킥보드 같이 한 바퀴 돌면서 즐거워라 했던 날이었다. 입사 첫날 잘 보이려고 장기자랑하듯 한 발로 킥보드 타기 시연도 하는 게 멀리서 보기에 큰 무리 없어 보였다.


한편으로 내심 무리 없이 잘 스며들어 놀기를 무척이나 바랬다. 아이를 위해서라기보단 저쪽에 무리 지어 앉아있는 엄마들을 향해 내 아이의 무례함이나 실수에 대해 양해를 구하지 않고 나 혼자 뚝 떨어져서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도 되는 아주 자연스러운 상황이 지속되기를 바랐다. 먹구름이 끼고 무리 지어 놀던 아이들이 막지막 코스로 그네를 타고 있을 무렵, 문득 고개를 들어 보니 아이가 저 구석에서 왕따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실제 왕따를 당했다기 보단 그냥 무리 없이 기존 친구들 사이에 들어간 것처럼 또 무리 없이 배제당하는 그런 기운이었다.


두 가지의 상반된 감정은 평생 같이 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세속적인 세계에서는 영원한 건 없을 테니까 말이다. 인생을 대차대조표같이 세세하게 구분한다고 치고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을 크게 나누다 보면 결론은 비등하게 나올 거란 생각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탈모약을 먹고 머리숱이 늘어나는 것만큼 호르몬이 줄거나 혹은 다이어트를 하여 몸무게가 줄었지만 식욕이 늘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아이와 같은 경우는 소속감을 잠시 느꼈으니 박탈감도 느껴야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겠다 그 순간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더 웃긴 건 집에 오는 길에 아이가 사용한 어휘였다


퉁퉁 거리는 목소리로


아이 : 오늘은 외로운 하루 같아


나: 왜? 아이 : 날씨가 안 좋아서


나 :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이 : 다른 친구네 놀러 가고 싶어


나 : 다른 친구들은 열 안 나서 다들 어린이집 갔다.


아이 : 그럼 집에서 만화 본다


6살짜리가 외롭다는 말을 정황상 매우 시기적절하게 해서 놀랐었다.

왠지 외로운 것이 진짜 어떤 느낌인지 아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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