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뭐 뜨니?” 최근엔 누굴 만나든지 이 질문을 듣는다. “그렇게 좋아하면 전문적으로 강사과정을 배워보는 건 어때? ”종종 이런 권유도 듣는다. 하지만 일이 되면 싫어지는 경험이 나에겐 이미 많다. 나의 뜨개가 돈 버는 일로 연결되다 보면 뜨개를 향해 가졌던 내 마음 까지도 퇴색되어 버리는 것만 같아 진심으로 좋아하는 건 전문적으로 하고 싶지 않다. 그저 아마추어의 마음으로 절절히 사랑하고 싶다.
매 달 한 점 이상의 완성작을 낸다. 기록하기 좋아하는 나는 이 뜨개 프로젝트에 어울리는 태그를 선정하고 싶었다. #이달의 뜨개 이게 좋겠다. 월간 윤종신이나 일간 이슬아처럼 정기적으로 마무리하는 일정이 좋았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나는 매달 새로운 뜨개를 더해갔다. 이건 나 혼자 하는 성실한 약속이자 다짐이다. 나에겐 뜨개의 시간을 충만하게 채우면 나도 스스로 만족할 만한 사람이 될 거라는 이상한 믿음이 있다.
하루 만에 아침기온이 6도가 떨어졌다.
아침 산책 후 커피가 ‘아아‘에서 ‘뜨아‘로 넘어오는 건 이토록 자연스럽다.
어쩌면 자연이 가장 용기 있고 과감한지도 모른다. 하루아침에 툭하니 여름이랑 완전히 이별해 버렸다. 뒤돌아보지 않고 단호히 앞으로 툭툭 걸어 나갔다. 나는 미련 없는 그 태도가 꽤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 역시 서둘러 여름에게 담담히 안녕을 고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맺음과 나아감에 집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계절처럼 변화하고 싶다.
하나의 뜨개를 끝내면 다음 뜨개를 생각한다. 과거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나에게 뜨개만큼 진취적인 것도 없다. 코가 빠지든 도안이 틀리든 상관없다. 지나간 뜨개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니 그대로 두고 내일의 뜨개를 상상한다. 나에게 뜨개는 미래다. 설렘 그 자체다.
최근에 니트 스웨터 하나를 완성했다.
화사한 컬러지만 복슬복슬한 게 겨울인지 봄인지 모호한 분위기가 난다.
일주일간 잠이 안 오는 밤이나, 불안이 밀려드는 어느 순간이나 나는 바늘에 걸려있는 이 뭉치를 집어 든다. 이게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야!
적당한 소매길이를 정하느라 열 번도 넘게 입어보았다.
완성을 눈앞에 둔 스웨터는 실뭉치로 연결된 털실을 탯줄처럼 늘어뜨린 채로 내 몸에 입혀지고 벗겨지기를 반복하였고, 그러는 동안 나는 이 스웨터가 마치 내 아기라도 된 양 점점 더 좋아졌다.
손뜨개를 하면 할수록 뜨개는 108배와 닮은 느낌이다.
한 코 한 코 반복하면서 잡념을 없애고,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끝을 향해간다. 다 마치고 나면 뿌듯함과 함께 목과 어깨에 근육통을 남기는 것도 비슷하다.
긴 지루함과 반복의 고개를 넘으면 결국 힘없는 한낱 줄에 불과했던 것이 면이 되어 따뜻하게 나를 지켜준다.
선이 면이 되는 시간.
힘없는 것이 따뜻한 무엇이 되는 시간.
내가 내가 되는 시간.
뜨개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