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시] 앨범

어쩌면 우린 뒤로 걷고 있는 건지 몰라.

by 한글풍선


앨범


악마가 내게 물어

딱 한 가지의 소원을 들어주겠다.

대가는 지금 바로 죽는 것.


에이 누가 그런 거래를 하겠어-?

-


내가 내가!


내 소원은

내 팔이 닿은 모든 사물들

내 눈이 본 모든 풍경들

내 발이 걸은 모든 거리들

내 말이 닿은 모든 사람들

내 귀가 기억하는 모든 웃음들

전부

가장 아름답게 사진찍어

하나의 앨범으로 만들어

죽은 내 시체와 함께 놓아줘.

흘러가지 않고

부패하지 않고

잊혀지지 않는

그럴듯한 장소에 그럴듯한 모습으로


가장 의미있는 죽음이라고

모두가 그렇게 말할 거야

보라구-

저 악마도 웃지 않잖아?





마지막에

네 눈이 감기기 전에

나보다 더 그럴듯한 소원을

말할 수 있다면

꽤나 소중한 것들을

만들어 둔 것 같은데-

우리 모두 그럴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

아직 마지막이 아니라고 안심하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