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곳에서 같이 타오르기로 했다
산불
온몸에 불이 붙은 남자가
꽃 하나 없는 연못 앞
풀 한포기 없는 흙 위로 앉았다.
주위는 묵묵히 남자를 응시하는
거대한 이름모를 나무들과
숙덕거리는 풀벌레들-
흔한 숲속에 불씨가 앉았다.
남자는 연못의 반대편을 봤다.
북적거리는 공허함에 눈을 잃고
팔 다리마저 잃은 채
오랜 호흡을 얇게 찢겨 버린
이름있는 나무들이 있었다.
그곳에서 남자는 불타지 않았다.
지저분하게 번듯한 벽돌들 사이에
이름을 가져버린 나무는
책상으로 죽어있고,
남자를 응시하는
지독한 숲은 이름을 가져버린
화폐로 죽어있었다.
남자는 연못으로 빠지지 않았다.
조용히 타들어가
아무것도 없는 모래알 사이에
이름없는 한 그루가 되기로 했다.
발자국 하나 없는
뒷산에 산불이 났다.
뒤돌아 봐도
가치있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