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갑상선암 #여행 #여행계획
지난 한 달은 참 바쁘고 힘들었다.
서울의 대학병원은 진료 잡기도 검사하기도 힘들더라.
검사를 받고 2주를 기다려서 결과를 들었는데 갑상선암이었다.
아주 초기이지만 암을 몸에 가지고 있어서 뭐하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수술을 결심했다.
사실 수술 받기 너무 싫은데..(수술이 싫어서 성형도 라식도 아무 것도 못했는데 ㅠㅠ 그냥 할 걸!)
암이라는데.. 뭐 어쩌겠어. 수술이 싫다고 암을 키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회사에서는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생각했던 정규직 전환이 아닌 6개월 연장을 제안 받았다.
그리고 나보다 한 직급 더 높은 사람을 계약직으로 또 뽑겠다는 거다.
물론 지금 계시는 정규직 분이 출산휴가를 가기 때문에 그 분을 대체할 사람을 뽑는 건 이해가 가지만 정규직 TO가 나온다고 해도 나보다 경력이 많은 사람이 정규직이 되지 나는 안 될 것 같았다.
내가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인다면 모르겠지만 암 진단을 받고 사활을 걸며 일하기도 싫어서 그냥 연장 제안을 거절했다.
퇴사 직전에 두 회사에서 잡 오퍼를 받았지만 그것도 다 거절했다.
몸상태가 나쁘진 않지만 암환자이고 수술을 앞두고 있다고 생각하니 선택에 신중해진다.
연말은 채용이 전반적으로 느려지는 시기이니까 연초까지 수술 받고 구직 해야지..
나 하나 일할 수 있는 곳이 없겠나..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다.
퇴사 직전에는 좀 바빴다.
보통 퇴사하는 사람한테 이렇게 안 시키지 않나? 싶을 정도였다.
일하는 동안 신경 써서 했던 프로젝트를 런칭 했는데 진행 과정을 못 보고 퇴사하는 게 씁쓸했다.
퇴사하면서 회사에 실망한 부분들이 있었는데 마지막에 좀 기분이 안 좋았다.
근데 그만둔 회사에 이러니 저러니 이야기하는 것도 의미 없을 것 같아 불만을 묻어둔다.
수술은 1월 중으로 잡았다.
로봇수술을 하기로 했고 흉이 남지 않아도 회복이 더딜 수 있다고 하던데, 무섭다..ㅠㅠ
서울에서 지내던 짐을 부산으로 전부 내렸다.
반포장 이사라도 하고 싶었는데 엄마가 돈 많이 든다고 혼자서 하라고 해서 혼자 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
전자제품을 박스에 포장해서 고속버스 특송으로 보내고 나머지 짐은 버리고 택배 포장해서 부쳤다.
살이 너무 많이 쪄서 갑상선 호르몬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여러 검사를 받기 시작했는데 결국은 갑상선암이었다.
살이 쪄서 암으로 된 건지.. 암과 호르몬 불균형 때문에 살이 찐 건지..
무엇이 우선이든 많이 속상하고 억울하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 온 결과가 암을 얻는 것이라면 조금 더 이기적으로 내 맘대로 살았을 것이다.
병 앞에서 모든 건 생각보다 간단해진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일상을 사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한 가지 더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남의 말에 덜 휘둘리고 상처 받는 것이 있겠다.
그리고 운동도 해야지.. 할 게 생각보다 많구만ㅋㅋ
뚱뚱하다고 이유 없이 욕을 많이 먹었는데 지금까지는 일일이 다 힘들어했다.
근데 마음을 고쳐 먹기로 다짐한다.
'어쩌라고, X신아.'하고 비웃어 주고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12월에는 일본 여행을 간다.
혼자서 가는 건 처음이라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
쇼핑도 하고 센소지 가서 병을 낫게 한다는 연기도 쬐고 맛있는 것도 먹어야지!
4년 동안 회사 생활 한 나를 위한 첫 번째 여행이고 보상이라 기대가 많이 된다.
일본 여행 가서 찍은 사진이나 있었던 일도 글로 남기면 좋을 것 같다.
재밌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