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승 Jan 31. 2021

같은 시간대에서 살 수 있기 때문에

스물두 번째 이유

J

  시차가 있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안 그래도 서로 공통의 관심사도 사라져 가는데 얘기할 시간 자체도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 사실을 이번에 한국에 잠시 들어와서 더더욱 느꼈다. 비록 14일 자가격리를 해야 하고 밴쿠버 시간으로 일을 해야 하여 너와 같은 패턴으로 살아가진 못하고 있했지만 너와 같은 아침과 저녁, 같은 날씨를 맞이하는 것은 그것 만으로도 행복한 일인 것 같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큰 공통 관심사가 된다는 것을, 그래서 같은 장소에서 살아간다는 게 중요한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 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래서 이번에 돌아가게 된다면 조금 다른 패턴으로 살아볼까도 생각 중이다. 너처럼 조금 더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잠들고, 그러면 네게 매일 잘 자라는 인사를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게 내게는 또 하나의 행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S

  네가 한국에 잠시 들어온 일주일 간 다시 한번 느꼈던 게 있다. 같이 저녁을 먹고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얼굴을 보고 얘기하고, 같은 장소에 앉아 나누는 일상의 소소한 대화들이 정말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그게 내가 꿈꾸던 일상이고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사실 내가 원하는 것은 결혼 그 자체가 아니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너와 오랜 시간 동안 일상을 함께 보내는 것이고 결혼은 그것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다. 우리가 각자 보내는 시간이 우리의 행복에 중요하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각자 보내면서 느끼는 행복이란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이 있음으로써 완성이 된다고 생각한다. 매일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돈을 많이 벌 거기 때문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