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승 Feb 06. 2021

퇴사하는 날

시총 10위 대기업에서 외국계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기

시총 10위 대기업에서 외국계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기

누군가는 회사에 사직서를 던지는 순간의 쾌감을 꿈꾼다고 했다. 혹은 그 짜릿한 순간을 잊지 못한다는 미담(?)을 종종 듣곤 했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파트리더에게 잠깐 커피 타임을 가질 수 있냐는 메신저를 보냈다.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퇴사하겠다고 말씀드리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나왔다. 퇴사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회사에서 고정비를 줄이기 위한 일환으로 채용부터 였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이미 블라인드 사내 게시판에 본인소속된 부서의 사람이 너무나 부족하다며 CEO에게 보내는 청원(?) 글이 차고 치고 있었다. 우리 팀이 충원이 안될 것이란   봐도 뻔했다.


결국  일을 나눠서 맡아야   사람들은 얼마나 짜증 날까 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가득 찼고 나가는 날까지도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파트리더의 반 협박 반 명령으로  업무를 인수인계받게  선배는  얘기를 귀로 꾸역꾸역 쑤셔 넣는 듯했다. 그렇게 퇴사하던  ,  선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겨진 사람들이 고민할 문제니 미안해하지 마. 퇴사 진심으로 축하해.

하기 싫은 티를 너무 내서 미안하다는 말과 가서 너무 힘들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는 말과 함께.


끝까지 미안하게 만드는 좋은 사람들과 한 팀에서 근무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또 미안했다. 돌이켜보면 퇴사를 하겠다고 선언한 날부터 퇴사 당일까지 미안하고 무거운 마음이 너무나 컸던 것 같다.


사표를 내면서 느낀다는 '통쾌함'이라는 감정은 아무래도 모두에게 적용되는 일반화된 감정은 아닌가 보다. 첫 퇴사라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 재입사되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