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오아시스

왜 커피는 그렇게 탐스러워보이는지

by 호지차와 낙지좌

목이 마르지 않아도 심지어 아까 전에 커피를 한 잔 마셨는데도 언제나 카페를 보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심지어는 누군가 그 플라스틱 컵에 노란색 종이홀더를 낀 커피를 들고가는 것만으로도 눈이 가게 된다. 카페인의 노예가 되어서 그런 것인가 싶지만 생각해보니 보다 감정적인 영역을 건드는 것 같다. 커피든 카페든 항상 '여유'라는 말이 안개 같은 머리속에서 떠오른다. 정확히는 도시의 여유.


도시의 여유라는 것은 사실 살게 되면 그 즉시 사라진다. 즉 그것은 도시 생활을 꿈꿔온 사람의 환상에 불과하다. 사실 진정한 여유는 내가 살던 시골에 있다. 그곳에는 여유를 넘어선 공백이 있다. 한 점에서 다른 점으로 이어지는 모든 공간은 다 공백이고 그렇게 도달한 다른 점에도 딱히 무언가가 있지는 않다. 소리도 냄새도 보이는 것도 모두 적다.


반면 서울은 한 점에서 다른 점으로 이어지는 공간 자체가 다시 또 다른 점들이다. 점묘화처럼 꽉 들어찬 것이 도시이다. 그래서 이곳저곳에 나를 둬볼 수 있는 것이고 그것에 실패하더라도 뭐..기분이야 좋지 않겠지만 어쨌든 다른 점으로 갈 수 있다. 이런 특징들로 인해 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정신이 사납기도 하다.


어디로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이동하는 것이 시골이라면(마트를 간다거나, 가구를 사러 가야한다거나) 일단 정처없이 걸어다니면서도 수많은 것을 보고 듣는 것이 도시이다. 설령 목적이 있더라도 그 목적지 근처에는 다른 것들이 포진하여 있어서 마치 다이소처럼 향균티슈를 사러갔다가 머그컵이니 공책이니, 화장실 청소도구니 하는 것들을 챙겨오는 삶을 살게 된다.


시골은 답답할 정도로 필요한 것 하나만 있으나 도시는 외부인이었던 내 눈으로 보면 화려한 낭비의 공간이다. 의식하지 않지만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는 빠르게 닳고 사실은 주변의 모든 것들의 나의 의도니 목적이니 하는 것과는 별개로 들어차있는 것을 깨닫게 되면 피곤해진다. 시골에는 그다지 겪지 않는 정신적 피로가 무엇인지 알게 되고 가득차 있는 공간임에도 메마른 사막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뉴욕을 콘크리트 정글이라고 비유한 노래가 있었는데 나에게는 습한 정글보다는 건조한 사막 같이 느껴진다.

(아마 서울에 계속 살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진 않을 것이라 짐작한다.)


그래서 그런지 곳곳에 작고 예쁘고, 그 자체로 완전히 존재하고 있는 카페들을 보면 러닝 중에 급수대를 발견한 듯이 안도가 된다. 도시의 여유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역설적으로 도시의 피로가 상당하기 때문이고 정말 눈에 빛이 돌 정도로 정신적 피로를 낮춰줄 그 존재에 눈이 가게 된다. '당신의 정신적 피로와 갈증은 여기서 푸시는 겁니다.'라고 말을 거는 것 같다. 그리고 들어가면 커피만 마시려고 했던 것을 케이크니 휘낭시에니, 시그니쳐 커피니 하는 것을 주문하는 삶을 이어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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