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잔소리
너희가 빨간 틴트와 새하얀 분을 바르고 학교에 올 때
당장 지워!
라고 얘기했지만 속으로 혼자 되물었었어. 어떤 이유로 학생은 화장을 하지 말아야 하는걸까?
생각해보면, 선생님도 옛날에 몰래몰래 열~심히 화장했었거든.
여러 선생님들은 학교에는 하고 오면 안된다, 딴 생각이 자꾸 든다, 아이들은 화장 안한 얼굴이 제일 예쁘다라고 말씀하셨어. 많이 듣던 말이지? 하지만 어른들은 화장을 하면서 애들이라고 못하게 하는게 납득이 되지 않았단다.
언젠가 TV프로그램을 보다가 나 스스로 납득할 만한 답을 찾았어. 셰프들이 나와서 15분만에 냉장고의 남은 음식들로 요리하는 프로였거든. 거기에 참 잘 생긴 젊은 셰프가 나왔어. 셰프가 된지 4년이라는데 처음보자마자 연예인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단다. 그런데 방송 이후로 온라인에서 그 셰프에 대해 참 뒷말이 많더라구. 뭔가 보니 첫 출연에서 요리를 만들었는데 출연자가 비려서 먹을 수가 없었대. 처음으로 그 프로그램에서 실패한 요리가 나온거야. 사람들은 제작진이 능력도 안되는 사람 얼굴만 보고 뽑았다는 둥 비난을 했어.
그런데 있지, 생각해보면 그 사람은 아직 4년차 셰프인거야. 같이 출연했던 다른 사람들에 비해 경력도 짧고
나이가 어리기에 앞으로 실력을 쌓을 시간도 충분히 있어. 하지만 그 한번의 방송출연으로 셰프는 세상사람들에게 능력없는 셰프가 되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지.
누가 잘못했다를 말하고자 한건 아니야. 그냥 그걸 보면서 저 사람이 조금 더 여러 경력을 쌓은 뒤에 방송에 출연했다면, 적어도 같이 출연한 다른 셰프들 정도의 경력을 쌓고 출연했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었어. 조금만 더 무르익은 다음에 출연했다면 잘생긴 셰프가 실력도 엄청 좋네 하며 엄지를 치켜세우지 않았을까? 일련의 인터넷 기사들을 보면서 '무르익을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교훈이 생각났단다.
너무 이른 나이에 너의 본질과 다른 주목을 먼저 받게 된다면, 찬찬히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얻지 못한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일이 생기진 않을지 염려가 돼. 화장하면 예쁘지. 틴트에 쿠션으로 톡톡 두드리기만 해도 얼굴색이 환해질거야. 하지만, 그만큼 쉬운 일이라는 이야기도 된단다. 화장해서 얻어지는 예쁨을 얻기 위해 너희가 내공쌓는 시간을 놓치는 것이 아까워. 선생님은 너희가 천천히 내실을 다져갔음 좋겠어. 그래서 오래도록 여러 사람들에게 득이 되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
충분히 무르익었을 때 짠! 하는거야.
서두르지 않아도 활짝 핀 너희가 정말 예쁠거라고 확신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