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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까스 Mar 20. 2023

2023 동아마라톤 D-1

내일 오전 8시 25분, 나는 광화문 광장에서 42.195KM를 완주하는 그 첫 걸음을 뗄 것이다.


지금 심정은? 약간 무섭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침착하다. 42.195KM라는 거리가 주는 무게가 있기에 무섭고, 나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를 이룬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그동안 연습해온 시간들과 나 자신을 믿기 때문에 침착하다.


사실 굉장히 무모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내가 한 번에 최대로 뛰어본 거리는 21.1KM, 즉 하프 마라톤 길이이며, 걷뛰한 날을 합치더라도 25KM가 최대이다. 즉, 마의 구간이라고 일컫는 25-35KM 구간을 단 한 번도 온 몸으로 체험한 적이 없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최대 걱정거리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두려움은 실체의 10배 크기다. 망상을 먹이삼아 자가 재생산되는 두려움을 어느 정도 걷어내고 나면, 언제나 내가 극복해야 할 장애물의 실체는 생각보다 작았다. 이번에도 그러리라 생각된다. 어쨌든 최대로 뛰어본 거리를 한 번만 더 뛰면 되는 것 아닌가. 그것도 훨씬 느린 속도로!


그간의 훈련은 성실하게 임했다고는 볼 수 없다. 원래는 14주 계획을 잡고, 매주 주 5회 훈련을 계획하였으나, 5주만에 무리한 계획이었음이 드러났다. 발 부상이 찾아온 것이다. 그리하여 그 이후부터는 몸 상태가 허락되는 대로 훈련을 하였다. 대충 주 2-3회 정도 수행한 듯 하다. 이는 현재 큰 부상 없는 나의 몸을 만드는 데 일조하였으나, 어느 정도 자신감이 하락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이번 동마는 반쯤은 올림픽 정신으로 나간다. 목표는 4시간, 5:42/KM의 페이스이나, 4시간 반이 걸리든, 5시간이 걸리든, 아니면 중간에 걷다가 지쳐서 DNF로 마무리하든, 참여하고 레이스 자체를 즐기려고 한다(한편으로는 당연히 기록 욕심이 있다. 하지만 기록 욕심을 내는 것조차 내게는 욕심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이게 마지막 마라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동마를 준비하면서 달리는 것 자체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고, 세계 6대 마라톤 대회 참가라는 새로운 꿈이 버킷리스트 항목에 추가되었다. 가깝게는 이번 가을에 열리는 춘천마라톤이 다음 대회가 되겠다. 거기서 더 잘하면 되지 뭐. 더 잘 하겠지!


지금은 밤 10시이고, 나는 내일 5시반에 일어나서 에너지바 2개와 바나나 1개를 집어먹은 후 광화문 광장으로 떠날 것이다. 내일 오전의 4시간은 27년 인생을 살면서 그 어느 때보다 육체적으로 힘든 4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끝은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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