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2023년 7월 10일에 올린 "나를 소진하지 않는 삶"이라는 글이 첫 번째 글이었다.
매일 글쓰기를 30일을 하고 난 다음인 8월 8일에 "30일 매일 글쓰기를 마치며"라는 글로 글쓰기의 소회와 느낀 점에 대해서 적기도 했었다.
오늘로써 76일째이고 76개의 글을 매일 브런치에 올렸다.
글쓰기의 여정에서 보면 이제 막 시작했다라는 느낌이다. 가야 될 길이 까마득해 보인다. 그 길이 재미있기를, 즐겁기를 기대한다. 당연히 힘들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겠지만.
어떤 글이 좋은 글일까? 여전히 내 글은 뭔가 부족해 보인다. 갑툭튀 하는 논리와 억지 유머. 과장된 제스처 같은 어색한 표현. 그래서 아직은 나를 아는 지인에게 내 글을 알리지 않았고 아내와 딸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부끄럽고 민망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관계를 통해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내가 쓴 글을 보면 그들도 나 만큼 당혹스러우리라. 그만큼 글을 쓰는 나, 사회생활하는 나, 아빠와 남편으로서의 내가 무척 다르다고 느낀다.
그런 차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캐릭터가 내 속에 녹아 있고 그런 캐릭터들의 블렌딩이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고 믿고 싶다.
조회수와 좋아요(like it) 그리고 구독자 수에 대해서 신경을 쓰고 싶지 않은데 자꾸 신경이 쓰인다. 왜 신경이 쓰일까? 아마도 지금 현재로서는 내 글에 대한 유일한 피드백이기 때문이지 않을까라고 핑계를 대본다.
글 쓰는 사람, 특히 불특정의 독자가 읽을 수 있는 공개된 플랫폼에 글을 쓰는 사람이 조회수와 좋아요에 초연할 수 있을까? 그런 욕망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까?
조회수 0, 좋아요 0
이런 식으로 며칠이 계속되어도 매일 쓸 수 있을까? 아무도 보지 않는 글을 매일 지극정성으로 쓰는 사람.
매일 아침 마당을 쓰는 사람은 비가 오더라도 눈이 오더라도 비질을 멈추지 않는다. 비 오는 날에도 비질을 멈추지 않는 노인처럼, 아무도 보지 않더라도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은 분명 있을 것이다.
아무도 읽지 않는 글. 아무도 읽지 않을 글. 그런 글을 쓰고 싶은 나만의 꿈이 있다. 그 글에는 상상과 경계를넘어선 매혹적인 이야기를 담을 수 있지 않을까?
"변신", "성채"를 쓴 프란츠 카프카는 결핵으로 마흔 살에 요절했다. 친구 막스 브로트에게 자기가 쓴 글을 모아서 태워 달라고 유언으로 남겼다. 자신이 쓴 글을 아무도 읽지 않은 글, 아무도 읽을 수 없는 글로 무화(無化)시키려 했다. 어떤 마음으로 그런 유언을 남겼을까? 다행히 막스 브로트가 유언을 듣지 않았기에 우리는 그의 미완성이지만 여전히 훌륭한 문학작품을 읽게 되었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을 내려놓고 매일 글을 쓰는 사람. 읽는 이 없어도 담담하게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 그런 글을 매일 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