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한다.어떤 사람과의 친교는 오래가고 어떤 사람과의만남은 짧게 끝난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하지 못하는 게 세상사 인연이다.
그래서 아쉬워할 것도 미련 둘 것도 없다. 가는 사람 잡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는다.
회자정리(會者定離).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는 법.
피천득은 수필 "인연"에서 아사코와의 세 번째 만남을 후회한다. 늙어 가면서 무너져 내리는 아사코를 보지 않았다면 그의 아사코는 청초하고 귀여운 초등학생 아사코(첫 번째 만남), 청순하고 이지적이며 활짝 피어나는 여대생 아사코(두 번째 만남)로만 남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그리워하는데도 한번 만나고 못 만나기도 하고 일생을 그리워하는데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ㅡ 피천득, "인연" 中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고 단단해지는 관계가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벗어나고픈 인연도 있다.
시간이 지나야 진가(眞價)가 드러나는 사람이 진국이다. 입에 발린 말과 시류에 영합하는 얕은 생각으로 아는 체하는 사람은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아 그 때 그 양반 이야기가 맞는이야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시간이 지나 결국 진가가 드러나는 사람, 그런 사람과의 인연은 소중하다.
기름은 물 위에 뜨고 돌은 물 속으로 가라앉는다. 시간을 견뎌내는 인연은 돌처럼 무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