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주변의 흐름. 세상 이치에 반하는 삶을 사는 것은 사실 용기도 아니고 소신도 아니다. 그냥 어리석음일 뿐이다. 자기만 모르고 다른 사람들은 안다. 내가 옳다는 아집과 이기심을 감춘 망상에 사로 잡혀 버둥거리는 중이라는 걸.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앞에 돌이 있으면 피해 가고 웅덩이가 있으면 채워서 지나가고 계곡에선 빠르게, 장강에서는 유유히 흘러간다. 그게 순리에 맞춰서 살아가는 법이다.
옳고 그름의 시시비비를 가리지 말자는 게 아니다. 옳음과 그름은 시간과 공간, 상황에 따라 변한다. 절대적으로 옳고 절대적으로 잘못된 그런 불변의 진리는 없다. 그때는 맞더라도 지금은 틀릴 수 있다. 그의 입장에서는 이게 옳지만 그녀의 입장에서는 저게 옳다. 삶이란 게, 대개 그렇다.
시시비비 분별심을 벗어나 순리와 이치를 따르며 자연스럽게 변하며 적응해 가는 삶. 그런 삶이 사실은 해보니 매우 어렵다는 것을 깨치는 요즘이다.
우린 누구나 자신만의 세계관, 옳고 그름, 분별심, 호불호를 갖고 있다. 나의 아이덴티티이고 나의 캐릭터이다. 어떤 사건이나 사람을 마주 보기만 해도 옳고 그름, 호불호의 감정이 거의 즉각적으로 튀어나온다. 그게 인간이다. 그리고 자신의 판단과 감정에 집착하고 고집한다.
생각이 비슷하거나 내 생각에 동조하고 내가 하자는 대로 따라 주면 마음에 드는 사람이고 내 생각과 다르고 내 방식에 반대해서 엇나가는 사람은 기분이 나쁘다. 논쟁하고 싸우기도 한다.
나의 생각과 감정이라는 것이 자신의 것도 아니고 그냥 겪어서 학습된 것. 어딘가에서 주입된 무엇이라면. 과거 저 어딘가에서 겪은 경험이 나에게 온 것뿐이라면. 사실 내 주장, 의견, 느낌이 맞다는 보장도 없지만.
모든 나의 호불호와 느낌과 생각은 내가 경험해 온 나 자신의 제한된 지식과 경험, 성향에 따른 즉각적인 뇌의 반응일 뿐이다. 그런 분별심을 경계해서 마음이 지어내는 망상과 고집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래야 순리대로 살 수 있다. 순리는 자기 마음의 분별없음을 보는 것이기도 하고 세상의 이치를 보는 법이기도 하다.
내 고집대로, 내 생각대로, 내 느낌대로 사는 게 훨씬 쉽다. 주변과 투닥거리고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하면서 징징거리며 살더라도 이 삶이 훨씬 쉽고 익숙하고 편하다. 익숙한 불행이라고나 할까.
나를 벗어나서 세상 이치와 순리대로 사는 게 훨씬 더 어렵다. 살아 보니 그렇다. 일단 나의 아집에서 벗어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