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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짓는 마음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

by 조은돌

얼마 전에 정년까지 근무하시고 현직에서 퇴직하신 직장 선배와 저녁을 먹었다.


임원까지 하시고 좋은 모습으로 퇴직하셨던 분이라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예전 직장 생활 때의 에피소드도 이야기하고 이런저런 덕담과 이야기가 오갔다. 자연히 요즘 직장 생활과 분위기, MZ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와중에 선배님이 하신 이야기다.


"베푼 것은 하늘에 쓰고, 받은 것은 바위에 새긴다."



이런 마음으로 후배를 만나고 대하면 마음이 편해지니 나도 그런 마음을 가져 보라는 이야기였다. 선배님, 저한테 섭섭한 것, 있으셨어요....?


현직을 떠나고 나면 직장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소원해지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는데 가끔 보면 본인이 승진도 시키고 잘 키운(?) 후배가 배은망덕한 언행을 할 때는 참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우리는 대개 자신이 잘나서 승진하고 출세한 줄 착각하기 마련이다. 특히 잘 나갈 때는 더 그렇다.


그래서 마음에 새긴 구절이 본인이 예전에 베풀었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하늘에 써서 다 잊어버리고 본인이 받은 은혜나 배려는 바위에 새겨 꼭 갚아야지하는 마음으로 살기로 하셨단다.



무주상보시 (無主相布施)


불교 금강경에 나오는 말이다. "상(相)에 머무르지 않는 보시"라는 말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상(相)이란 내가 생각하는 주관적 생각을 객관적 진실이라고 믿는 중생의 어리석음을 이야기하는 불교 용어다. 쉽게 말해 남에게 베풀되(布施) 내가 누구에게 무엇을 해주었다는 생각조차 버리는 것이다.


내가 착한 일을 하고 누군가에게 뭔가를 베풀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뿌듯한 마음뿐 아니라 슬그머니 자긍심, 자만심이 같이 생겨난다. 복이든 뭐든 대가를 기대하는 마음도 솟아난다. 그런 선행은 복 짓는 보시가 아니라는 깨우침이다.



부부 사이, 부모와 자식 사이, 상사와 부하 사이, 친구와 연인 사이. 모든 관계에서 뭔가를 주는 경우 무의식적으로 때론 의식적으로 뭔가를 기대하고 대가를 바라게 된다. 그런 기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실망하고 상처 입고 급기야는 싸우거나 헤어지기도 한다.


사실 이런 관계는 좀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거래관계다. 내가 이만큼 해주었으니 너도 당연히 그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냉정하게 보면 뭔가를 팔고서 수금을 하는 장사치와 다를 바 없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 그런 마음조차 잊어버리는 보시. 천하의 호구로 살라는 말이 아니다.....

그래야 진정한 복을 지을 수 있고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든 무관하게 내 마음은 평안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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