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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돌 Jul 19. 2024

비 내리는 바다

파도는 밀려온다.

장마비가 내린다. 바다에 비가 내린다. 파도는 커지도 작지도 않지만 쉼 없이 해변으로 밀려와 부서진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고 모래사장을 적시고 모래 속으로 스며들기도 하고 다시 바다로 빠져나가기도 한다.


하나, 두울, 셋.

하릴없이 파도를 세어 본다.


구름이 낮게 깔린 바다는 수평선이 아득하고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흐릿하다.


파도를 세어 보다 고개를 들어 보니 바다는 그대로 의젓하다.


파도는 밀려와서 부서지고 흩어지고 다시 되돌아 가지만 바다는 변함없이 그저 그대로, 늘지도 줄지도 않고 비와 바람과 더불어 있다.


삶의 희로애락이 파도와 같이 밀려왔다 밀려가도 변함없는 바다처럼


내리는 비를 그저 담담하게 받아 들이는 바다처럼


나도 덤덤이 흐르는 시간 속에 그렇게 있게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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