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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얼마면 행복할까?

재벌은 우리보다 더 행복할까?

by 조은돌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 자크 라캉


생리적인, 본능적인 욕구 이외의 나머지 욕망들은 살아오는 동안 주변 친구나 지인 또는 미디어나 언론을 통해서 학습하고 내재화하게 된다. 나의 욕망이 사실은 원래부터 내 속에 들어 있던 내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광고, 언론 매체, SNS에서 정교하게 디자인된 마케팅 메시지를 통해 더 좋은, 더 비싼 상품을 사면 행복해지고 더 멋있어 보일 것이라는 환상을 주입당한다. 가끔은 동창회에서 명품 백과 고급 옷을 입고 나온 친구를 통해 부러움을 학습하기도 한다.


그래도 사리분별은 남아 있어서 우리는 대개 재벌의 마이바흐를 욕망하는 게 아니고 옆집에서 새로 장만해서 주차해 둔 벤츠를 시샘하게 마련이다. 대기업 대표이사를 부러워하는 게 아니고 입사동기의 부장 승진이 배 아프다. 우리 아이는 동네 유치원 다니는데 옆집 아이가 영어유치원을 다니며 조그만 입으로 '오뤤쥐'라고 하는 게, 부럽고 샘이 난다.


부러움, 시샘, 탐욕, 욕망은 외부의 자극과 학습을 통해서 입력되고 내재화된다. 이런 자극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유달리 발달한 사람은 대개 자존감이 낮고 외부 시선에 예민하며 항상 주변과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는 게 체질인 사람이다. 다시 말해, 슬프게도 우리 대다수가 해당된다는 이야기다.


이런 과시와 허세를 위해서 돈을 써야 하고,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이 일을 해야 하는 악순환 고리에 빠진다. 필수적 재화가 충족된 대량생산 체제의 자본주의가 지속적으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이런 식의 메커니즘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필요에 의한 생필품보다 욕망에 의한 사치재를 더 많이 생산하고 이런 것들을 소비시키기 위한 허영 마케팅과 세뇌 수준의 광고가 욕망을 파고든다. 물질적 허영과 사회적 허세가 자신에게 행복과 평안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 이런 속박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사람은 외롭고 혼자 있을 때 성찰하고 성장한다. 주변사람들과 떨어져서 컴퓨터를 끄고 SNS의 소음을 차단하고 자신에게 솔직하게 다가갈 때 성장한다. 자신이 진심으로 바라는 게 무엇인지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영국의 한 성공한 사업가가 호화로운 저택에서 살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바쁜 나머지 집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없었다. 어느 날 아침, 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바삐 출근하다가 집에 두고 온 서류 때문에 집으로 차를 돌렸다. 정문을 지나서 차가 정원을 통과하는 데 그의 눈에는 자기 집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노년의 정원사와 가정부가 탁자에 앉아서 차를 마시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것도 그는 사놓고 한 번도 사용해 보지 못한 영국 유명 브랜드의 찻잔으로.


매일매일 분초를 다투며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 자신과 아침 햇살을 받으며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즐거운 담소를 나누며 차를 마시는 정원사와 가정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가 누굴 고용한 거지?"


물질적 재화는 용도가 있다. 쓰임과 쓸모가 있다. 대저택과 정원, 유명 브랜드의 찻잔 등 그런 재산과 재화를 사서 쌓아 놓는 게 용도가 아니다.


우리는 재벌들의 어마어마한 재산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그들의 삶이 행복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이치를 따져보면 뻔하다. 풍요로운 재산이 풍요로운 삶을 보증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돈이 얼마면 행복할까? 해답은 각자의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 많으면 많을수록 더 행복하다는 것은 틀렸다. 모든 재화와 서비스는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을 따른다. 처음 반짝 좋았다가 곧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금방 더 새롭고 더 자극적인 뭔가를 욕망하게 된다. 끝없는 수레바퀴를 굴려야 한다. 그런 삶이 행복한 삶일까?


성찰이 없는 삶은 자신의 욕망도 아닌 타인의 욕망에 유혹돼서 휘둘리는 삶을 살게 마련이다. 사람은 외롭고 혼자 있을 때 성장한다. 고독은 그래서 항상 권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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