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퇴사의 효과

아이들의 변화

by 구여름

큰아이 9살, 작은 아이 4살까지 아이들을 돌봐준 우리 엄마.

5살까지 할머니집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지낸 큰 아이는 할머니와 애착이 아주 잘 형성되어 있다. 내가 퇴사를 하고 집에 있고, 할머니가 이제는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을 때 엄마가 있어 좋은 마음과 할머니가 더 이상 같이 살지 않아 슬픈 양가의 감정이 들어 큰 아이는 조금 힘들어했다. 제 입으로 할머니는 '제2의 엄마'라고 할 정도였으니 그런 감정이 드는 게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작은 아이는 그저 엄마가 같이 있다는 사실에 마냥 좋아했다.


할머니를 좋아하긴 하지만, 월요일 아침에 할머니가 있으면 아빠, 엄마가 회사에 가고 없다는 걸 알아서 그런지 월요일 아침 아이는 일어나면 특히나 많이 운다고 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오면 집에 할머니만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부터는 울기시작했다. 잘 잤냐는 할머니의 다정한 말에도 아이는 다시 침실로 들어가서 자기 애착이불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울었다고.

할머니가 말을 걸지도, 만지지도 못하게 그렇게 어린아이가 혼자 감정을 추스르며 한없이 시간을 보낸다고 엄마는 나에게 말을 전하며 안타까워했다. 그렇게 해서도 감정 컨트롤이 되지 않으면 작은 아이는 할머니 핸드폰으로 남편과 나에게 전화를 번갈아 걸었다.(거의 매일 아침 아이의 전화를 받았다.) 그 전화에서도 작은 아이는 서럽게 울었다. 적응이 되면 괜찮겠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꽤 힘들었나 보다.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나아지기는커녕 심한 날은 할머니가 달래기 힘들 정도였다고 했다.


내가 퇴사하기 전까지 아이는 2년을 그렇게 울었다.

나와 같이 있던 후로, 아이는 더 이상 울면서 등원하지 않는다. (가끔 삐쳐서 입이 오리가 되기는 하지만....)

도깨비 할아버지, 산타 할아버지보다 더 무서운 게 엄마가 다시 회사에 가고 시터 할머니가 오는 일인 우리 작은 아이.


그 아이의 마음 평화가 나의 퇴사와 함께 왔다는 사실 때문에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 엄마, 아빠 모두가 나의 퇴사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큰 아이는 동생 없이 나와 보내는 시간을 아주 많이 좋아했다.

학원과 학원 사이 집에 잠깐 들렀을 때, 엄마가 있다는 사실. 학교 급식이 없는 방학식 때 엄마와 단둘이 점심 외식을 할 수 있는 시간. 중간에 갑자기 비가 와도 학교 앞에서 엄마가 우산을 들고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확신. 무슨 일이 있을 때 엄마가 회사가 아닌 집에, 자기 곁에 있다는 그 사실 하나로 기뻐했다.

크지도 않은 집 복도에 불이 켜지지 않으면 자기 방에도 혼자 못 가는 겁이 많은 큰 아이.

그런 아이에게 집에 항상 엄마가 있다는 건 그 아이 마음속 강한 안정감을 주는 일이었다.


어릴 적 맞벌이하는 엄마아빠 때문에 나는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도 우산 없이 학교에서 집으로 왔고, 누가 훔쳐간 내 신발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도 엄마아빠 대신 어린 남동생이 나를 데리러 왔다.

그게 너무 서러워 나는 부모가 되면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라고 다짐했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고 이제야, 남편에 기대어, 집에 있는 엄마가 되었다.


이제라도, 지금이라도 이렇게 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우리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니까,

아이에게 불안함을, 슬픔을 주기보다는 안정감을, 편안함을 줘야 하니까.


몇 번이고 나는 두 아이에게 물어보곤 한다.

엄마가 집에 있어서 좋으냐고. 그러면 아이들에게서 항상 돌아오는 대답은 'YES'

나는 그럴 때마다 웃으며 두 아이를 안아준다.


그게 마치 내 퇴사의 정당화가 되는 일인 양 마음을 다잡고 어김없이 식탁에 앉아 노트북을 펴고 소설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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