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네요.
신나는 크리스마스 계획도 세우시고 잘 지내시는구나 싶었는데, 뭔가 또 참 마음이 싱숭생숭하곤 하신가 봐요.
날이 추워서 그럴까요.
곳곳에 그런 얘기들이 그득하네요.
참 웃겨요. 연말이라는 게 뭐라고 기분이 이리 왔다 갔다 하는지.
365일 그거 전부 사람이 맘대로 정한 건데 말이죠.
그런 임의로 정한 기호나, 뭔가 송년회니 크리스마스니 하는 의식들이 가지는 힘이 어쩜 그리 셀까요. 괜히 사람마음 들었다 놨다 하고요.
그런 들어지고 내려지고 하는 마음들은 지나간 한 해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일까요, 다가올 새해에 대한 기대와 불안일까요.
뭐가 되었건, 혼란하고 참 기운 빠지는 시기예요. 이게 뭐라고.
이런 상황을 염두하고 한 말인지, 참 이럴 때 적절한 말인데, 심리학자 칼 융은 “혼란은 새로운 깨달음의 서막이다”라고 했데요.
우리가 지금 느끼는 혼란스러움과 불안정함은 단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 과정일 뿐이니, 연말의 감정은 단순히 우리가 잃은 것들에 대한 여진 같은 것이 아니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신호일지도 모른다 뭐 그런.
그러니 매 순간 흔들리는 이런 마음은 뭐랄까, 삶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과정이다 받아들이면 어떨까 싶어요. 연말이니, 인간관계의 복잡성이니 하는 것들은 헤쳐나가야 할 시험 같은 것이 아니라, 삶의 해상도를 올려나가는 과정이라 믿어보고 조용히 감내해 보는 거죠.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은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상실 속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우리의 것을 발견한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네, 더 발견할 시기인가 봐요 지금이!
새로운 한 해가 다가올 때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저 스스로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지금의 자신에게 조금 더 친절해지는 것.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비록, 그런 와중에도 사이사이 삐져나오는 연말통(?) 같은 것들은 어쩔 수 없지만요.
현대인은 다 겪는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스마트폰 쓰고! 인터넷 쓰고! 비행기 타고! 하고 있으니까 그 정도는 예이, 올해 분 몫입니다 하고 드려야죠 뭐.
사실은요, 어떤 기분이신지 정확히 모르고, 그냥 전부 제 착각일 수도 있는 뭐 그런 상황인데도 이렇게 구구절절 참도 길게 글을 써보는 건요, 어쩌면 그냥 저한테 하고 싶은 말이었을지 몰라요. 이 말들이. 그냥 적당한 구실을 하나 마련해 본 뭐 그런 느낌인 거죠.
나요, 이런 말들을 스스로에게는 하지 못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답장은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요, 늘 하던 소리지만요.
행복하세요. 그게 오늘이 아니더라도, 내일도 못되더라도. 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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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2
자정이 조금 지난 추운 겨울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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