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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보험

by 옆집 사람

다시 만났을 때 쑥스러우니까.

그러니까 덤덤하게 헤어진다는 말을 어디선가 봤다.


다시 마주칠 때까지 걷고 또 걸을 만큼 부지런한 사람인건지, 언제든 다시 꺼내어 이어가도 좋을 멋진 마무리만을 왕창 겪어온 건지.

아무튼 참 엄청난 사람인가 보다. 저런 말을 한다니... 싶다.


어릴 때는 세상이 가도 가도 끝이 없을 만큼 참 넓은 곳이고, 모든 마무리는 그만의 멋짐과 서사가 있는 그런 것인 줄 알았다.

아니더라고. 머리가 좀 굵어져 보니.


세상이 넓다 해도 내가 가고, 볼 수 있는 세상은 겨우 요만하고, 모든 끝은 대충 쾅! 하고 와서 우당탕탕 다 작살내고 간다.


좋은 화재보험이라도 들어야 할까 봐.

저리도 덤덤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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