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팔에 문신이 많다. 우울증이 심하던 때 자해를 하지 않으려고 팔 안 쪽에 ‘소나기’라는 뜻의 가타카나를 새겼던 게 시작이었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고. 그런데 지나가지 않았다. 우울은 나를 집어삼킬 정도로 커져 있었다. 그 후로 문신을 계속해서 했다. 그것은 스스로를 긋는 것을 대신해 남이 해주는 자해였다. 팔 가득한 문신을 보며 하루는 팔을 자르고 싶단 충동에 휩싸였다. 그래서 가장 크게 새긴 것을 지웠다. 지우는 것은 새기는 것보다 몇십 배 고통스러웠다. 나는 문신한 것을 후회했다. 자해를 후회했다. 어째서 스스로를 그리도 괴롭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