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운영하는 영화 모임에 뽑히게 된 해가 있었다. 무제한 영화 관람이 가능한 골든티켓을 받았다. 그렇게 1년간 본 영화 400편, 취향여부를 떠나 기회가 닿는 대로 영화만 본 한 해였다. 그 덕분에 만난 영화, 독립 다큐멘터리 우리학교. 영화는 일본에 있는 우리말을 배우는 조선학교 아이들의 이야기였다. 없어진 나라 조선에서 일본으로 끌려간 사람들은 일본이 패전한 후, 나눠진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일본에 남았다. 조선 사람들은 우리 아이들이 언젠가 고국으로 돌아갔을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우리말을 가르쳤고,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 일본에 학교를 세웠다. 100년이 가까운 긴 세월 동안 일본의 탄압과 여러 정치적인 혼돈 속에서 폐교도 되었다 다시 열었다 하며 21세기를 맞은 학교의 이야기였다. 영화를 보며 알지도 못하고 가졌던 편견들이 산산이 부서진 건 물론이고, 몰랐던 순간들이 부끄러워졌다. 일본의 조선학교에서 10대의 친구들이 우리말을 배우며 통일을 바라고 있었다. 통일, 통일이라니... 흔히 뉴스에 나오던 통일요? 관심없어요, 라는 게 당연하던 나의 사고는 부끄러운 미안함에 눈물만 뚝뚝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건 동감이나 감동의 것이라기보다는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의 결과물이었다.
그렇게 영화 우리학교의 팬카페에 가입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이 영화를 보고 마음이 움직인 분들과 의기투합해 혹가이도의 조선학교를 방문하게 되었다. 어색했던 첫 만남이었지만 일본 땅에서 통하는 우리말에 영화를 넘어선 뭉클함이 더해졌다. 그렇게 매 해 만나며 운동회와 가을 학예회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2017년의 3월, 고3 학생들의 졸업식에. 학교에는 기숙사가 있었고, 기숙사를 사용하는 아이들은 졸업식 하루 전 날, 기숙사 선후배들이 모여 동거동락했던 시간을 추억하는 순간을 가졌다. 아이들의 파티를 위해 테이블 가득 음식을 준비해준 학교식당 어머니들은 한국에서 온 우리들의 접시에도 열심히 음식을 올려주셨다. 지난 10년간 먹어온 어머니들의 음식은 늘 맛있지만 취향과 먼 함박 스테이크는 손도 대지 않았다. 그런, 함박 스테이크가 올려진 접시를 그대로 내려놓기 미안해 한 입 먹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어머니, 저 서울에서 가게 하는데요. 이거 레시피 물어봐도 돼요? 팔아도 돼요? 하자 어머니들은 별거 아니라며 흔쾌히 레시피를 알려 주셨다. 혹가이도는 돼지고기가 유명해서 돼지고기로만 함박스테이크를 만들어요. 네? 이렇게 부드러운데 돼지고기로만요? 하니 다른 어머니께서 정성이 듬뿍 들어 정성 맛이 더해진 거라 하셨다. 와... 제가 그 정성까지 넣을 수 있을까요? 하며 받아온 레시피로 광장에서 함박스테이크를 만들었다.
만들 때마다 학교식당 어머니들의 정성, 그리고 일본에서 우리말을 지키는 우리학교의 마음을 생각하며 만들었다. 그 마음이 전해졌을까? 짧은 시간 이벤트 메뉴로 시작했다가 봄여름 정식 메뉴판에 올랐다. 메뉴에 오른 이후, 혹가이도 어머니가 광장에 와서 응응 혹가이도만큼 맛있어. 아니 더 맛있어. 하며 엄지를 들어주셨으니 이건 혹가이도의 그 마음을 적당히만 담은 건 아니리라. 함박스테이크를 찾는 손님들을 만날 때마다 어머니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기도 하고, 혹가이도 우리학교를 생각하며 뭉클한 마음을 담기도 해서였을 것이다. 어머니들이 그러셨던 것처럼 이거 100% 돼지고기로만 만든 거예요. 하며 맛있다는 손님들을 놀래키기도 한다.
우리학교는 여러 정치적 영향으로 인해 영화에 나오는 것보다 학생 수가 줄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고교무상화를 시행하며 조선학교만 제외시켰다. 법까지 바꿔가며 굳이 조선학교만 차별을 행하고 있다. 그에 조선학교 학생들은 일본 각지에서 소송을 진행했고, 이제는 성인이 되어버린 학생들이 열심히 싸우고 있다. 히로시마와 도쿄에서 패소하고 오사카에서 이긴 고교무상화 조선학교 차별에 관한 재판. 우리가 우리말을 배우는 재일조선인들에게 관심을 가지면 일본정부가 함부로 할 수 있을까? 하며 시위도 나가고 피켓도 든다. 광장의 토마토 함박 스테이크로 조선학교와 재일동포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부 전달할 수 없겠지만, 나의 마음만은 잔뜩 담았다.
아, 토마토 함박 스테이크는 4월 1일부터 시작합니다.
영화 우리학교를 보고 팬카페를 만들어 준 고마운 M님.
덕분에 혹가이도 우리학교, 그리고 동포분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게 되었다. 조선학교 차별반대 집회에 늘 참여하고 동포사회를 생각하며 작년엔 일본에 있는 조선학교를 자전거로 방문하셨다.
* 3.10(토) 오후 4시, 홍대 쪽, 몽당연필 카페에서 자전거 방문기를 말한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 참조
M님, 짧은 인터뷰.
1.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오늘의 메뉴(점심) + 생맥
2. 광장을 알게 된 계기는? 다큐 <우리학교> 덕분에 광장장을 알게 됨.
3. 광장을 한 단어, 혹은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 마음편한 혼밥혼술집이지만 나(남자)의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끊임없이 자극을 주는 곳
4. 광장, 혹은 광장장, 광장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로이 써 주세요. (생략해도 됩니다.)
- 채식메뉴처럼 저염메뉴도 있으면 좋겠어요.
- 너무 많은 이벤트(행사?)는 광장장님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합니다. 항상 밝고 씩씩하게 광장을 지켜주세요~
- 생각만 해봤던 것, 생각조차 못해봤던 것들이 광장에서 벌어져서 참 좋습니다. 항상 고마워요.
밥 먹는 술집, 광장, 그리고 광장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글, 김광연 / 그림, 박승희
일러스트레이터, 박승희
네이버블로그 http://blog.naver.com/sh3707
인스타그램 @psh3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