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을지로에 가게를 알아보게 된 것은 인테리어를 하는 지인의 추천에서였다. 신도시 알죠? 그런 분위기 좋아할 것 같은데 한 번 알아봐요, 하고. 트위터에서 신도시라는 가게가 재미있는 컨셉으로 을지로에 자리 잡았던 걸 알고 있었지만, 종로도 명동도 아닌 그 사이의 을지로는 생소한 동네였다. 생각하기 쉬운 홍대, 이태원을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내 구미에 맞는 가게는 없었다. 가게를 알아볼 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기준은 건물 전면으로 창이 있을 것, 그리고 높은 곳에서 시야를 가리지 않고 관망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었다. 하늘만 보이는 구도라도 좋았다. 하지만 홍대엔 좁은 골목의 반지하까지 가게가 들어차 있었고 이미 가격도 맞지 않아 알아볼 수도 없었다. 이태원의 좁은 골목골목들에서는 가격은 맞아도 허가를 낼 수 없다는 조건이라는 얘기를 수없이 들었다. 이미 3개월쯤 이리저리 둘러본데다 구청도 수 없이 들락거린 피로감에 새로운 동네를 둘러보며 환기가 될 것 같아 향했던 을지로였다.
늘어선 타일과 도기, 도로 면에는 조명가게들이 즐비해 있고 철물점과 건재들이 꽉꽉 들어차 있었다. 좁은 골목에는 지류회사들의 팔레트를 옮기기 위한 지게차들과 퀵서비스 오토바이가 뒤엉켜 내내 빵빵, 삑삑 소리로 가득찬 골목이 있었다. 중장년층으로 가득차 담배연기가 끊임없이 흩날리고, 낡은 건물들 입구에 삘딍이라고 쓰여진 오래된 현판과 그곳에 기록된 70년대를 표시한 숫자들은 소위 뜨는 동네와는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크고 새롭게 지어진 빌딩숲 뒤편의 낮고 낡은 건물로 가득 찬 동네, 서울 중심에 이런 곳이 있었나 할만큼 첫 눈에 반하고 말았다.
부동산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건물에 붙은 임대 표지에만 전화를 걸었지만 음식점은 안돼요. 하는 답변만 수없이 들었다. 안되겠다 싶어 대로변을 아무리 돌아봐도 눈에 띄지 않는 부동산이라는 글자. 여기선 거래가 잘 없나? 싶을 정도로 한참을 빙빙 돌아서야 3층에 있는 작은 부동산 글자를 발견했다. 자욱한 담배연기에 바둑을 두는 할아버지들이 가득한 부동산에서 가게를 하려고 하는데요, 하며 인사를 건넸다. 아무래도 예산이 적었기 때문에 가능한 싼 곳을 구하고 있었다. 원하는 선의 월세도 보증금에도 의아해 하지 않던 부동산 사장님은 술집을 4층에? 하고 놀라셨다. 네 4층이나 5층이요. 엘리베이터는 없어도 되고, 15평 정도로요. 더 작아도 상관없지만 창이 잘 나 있어야 해요. 사장님은 몇 군데의 가게를 보여줬지만, 정확히 어떤 걸 말하는지 모르겠다며 갸우뚱 하셨다. 그렇게 다른 여러 군데의 부동산과 연결을 시켜주었고 광장의 의도를 가장 잘 알아주시던 분이 지금의 광장자리를 보여주셨다.
물론 그 과정에서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을지로를 넘어 충무로까지 보러 다니기도 했고, 계약 날짜까지 잡았다가 불발된 적도 있고, 모든 조건은 맞지만 허가가 어려워 무산된 경우도 있었다. 그런 과정 중에 만났던 가게에서 광장이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다. 시야 가림이 없는 5층, 전체가 오래된 섀시로 빌딩도 멀고 낮고 빽빽한 건물들이 내려다 보였다. 도쿄의 서부지역, 오렌지색 중앙선 열차를 타고 가면서 보이는 풍경이 연상되었다. 도쿄가 떠오르다니 그간의 발품이 무색할 정도로 뭉클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 넓은 공간을 보며 떠오른 것이 광장이라는 단어였다. 광장장 이름의 광이라는 한자를 붙여 광장장의 장소, 혹은 사람이 모이는 곳 광장을 의미하기도 했다. 서울의 북적거림과는 다른 고향 창원의 여유롭고 드넓은 잔디광장도 생각났다. 그런 창원의 광장을 서울에서도 구현시키고 싶다고 생각했다. 비록 계약은 어려워졌지만...
지금은 생각보다 낮은 층에서 적당히 광장이라는 이름을 유지한 채 오픈했지만, 광장장의 장, 임에는 분명하니 굳이 넓을 광에 마당 장의 광장의 의미처럼 굳이 넓어야만 쓸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위안한다. 그렇게 을지로만 6개월을 돌며 광장을 만났다. 옛추억이라는 이름의 룸 3개의 노래주점은 벽이 부셔지고 테이블이 듬성이 놓인 광장이 되었다.
이제 햇수로 벌써 3년차에 들어가는 광장, 처음엔 을지로 3가역 1번출구에 내려 두리번거리면 저녁에 유일하게 불이 켜진 2층의 가게라 찾아오는데 어려움이 없다며 어쩜 이런 곳에 가게를 냈어? 너답다.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젠 맛좋은 술집과 카페들이 즐비한 곳이 되었다. 반짝반짝하는 거리에서 어디였지? 못 찾겠어. 하는 연락을 종종 받으며 가게 밖으로 나가 손을 흔들기도 한다. 겨우 2,3년 즈음에 이렇게 변했는데, 또 3년 쯤 을지로는 어떻게 변할까? 커다란 빌딩을 세우려 구획을 지어놓은 재개발 지역이기도 하니 재개발지역에 걸맞게 사라져버릴지도 모르고, 이런 추세로라면 젠트리피케이션에 밀려 다른 지역을 알아보며 골머리를 앓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뭐 어떻게든 광장이 광장스러움을 가지고 있다면 어디서든 어떤 형태로든 기억되겠지.
광장, 지금은 을지로의 광장입니다.
광장장의 먹방투어 멤버 Q님.
늘 평일에 맛집들을 찾아다니며 여행했던 여행친구이자 좋은 조언자로
광장을 알아보러 다니던 순간들을 같이 경험했다.
광장자리에 23년간 있었다던 옛추억 단란주점을 기억하던 Q님이 생각나 인터뷰를 부탁했다.
Q님, 짧은 인터뷰.
1.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치킨남방과 해물꽁치파스타
2. 광장을 알게 된 계기는?
- 광장장과의 특별한 인연으로요!(푸흡) 반백수 먹방클럽 멤버의 전격 풀타임 영업이 아쉽지만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좋습니다!
3. 광장을 한 단어, 혹은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 광!장! 빛나는 공간
4. 광장, 혹은 광장장, 광장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로이 써 주세요. (생략해도 됩니다.)
- 지치지 말고 누가 모라해도 광장장만의 페이스로 꾸준히 오래 해주세요!!!
5. 옛추억 단란주점이 광장으로 되는 과정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소회 한 마디.
- 옛추억을 눈으로 본 사람으로서....깔깔 인스타적 을지로빈티지는 아니지만 어짜피 옛추억을 살리지는 못했을거예요...단 한부분도 ㅋㅋㅋㅋㅋ 추억은 추억일뿐 ㅋ
광장, 그리고 광장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글, 김광연 / 그림, 박승희
일러스트레이터, 박승희
네이버블로그 http://blog.naver.com/sh3707
인스타그램 @psh3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