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해물꽁치파스타

by 광장장





광장을 오픈하고 두 달 즈음이었다. 아는 동생이 광장에 와선 “꽁치로 파스타 같은 거 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하고 물었다. 그랬노라 대답했더니 왜 메뉴에 없냐고 물었다. 비장의 카드를 꺼내듯 고개를 끄덕이며 주문할거야? 하고 묻곤 꽁치파스타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올리곤, 아 드디어 주문해서 만들어 본 꽁치파스타. 다들 맛있다더니 아무도 주문하지 않았어!! 했더니 친구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오픈한지 얼마 안 된 분주한 주방의 나에게 묻지 못했다고 혹은 언젠가 메뉴로 넣겠지 하며 기다렸다고 했다. 오픈 전부터 주변의 기대를 한 몫에 받던 꽁치파스타의 광장 입성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꽁치파스타는 제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제주에 일찍이부터 빠져 있던 친구가 게스트하우스에 몇 달 살고 있었다. 도쿄 생활도 끝내고 마침 할 일도 없어 오라는 말에 그래! 하고 떠났던 제주. 제주에 사니까 재미있는데? 살아보자! 하는 맘으로 집을 구했다. 이러 저러한 사람들과의 인연이 이어져 제주 중산간에 옛날식 돌집을 구했다. 표선면 가시리. 제주 사람들한테 가시리에 살았어요, 라고 이야기를 하면 어디에 있어요? 하고 물을 정도인 중산간의 작은 마을. 버스는 70분에 한 대씩 다니고, 집으로 오는 마지막 버스는 저녁 7시가 되기 전에 끊겼다.


가장 가까운 슈퍼는 공산품만 판매하는 걸어서 30분 거리의 작은 농협뿐이었고, 그 농협도 6시가 되면 문을 닫았다. 우린 집에서 밥을 해먹거나 20분쯤 걸어가야 하는 식당에 가서 밥을 사 먹어야 했다. 밤길을 걷기에 가로등은 꽤나 미약했다. 매일 해 먹기에도 장보기의 한계에 부딪혔다. 엄마가 보내준 김치로 꽁치캔과 함께 김치찌개를 끓여먹는 것도 지겨워졌다. 뭐 없을까? 이리저리 궁리를 하다 엔쵸비 파스타가 생각났다. 공산품만 판매하는 농협에서 구해 놓은 건 꽁치캔과 파스타면 뿐이고, 엔초비 파스타에 힌트를 얻어 한국웹과 일본웹을 열심히 검색하기 시작했다.


(좌) 바질이 자라던 마당 / (우) 친구와 빌려 살던 집


제주 돌집의 마당엔 바질이 쑥쑥 자라나고 있었다. 파스타 하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마당에서 갓 딴 생 바질과 마늘로 향을 진하게 낸 후, 준비할 수 있는 채소를 넣어 볶는다. 꽁치캔의 국물과 꽁칫살을 으깨 볶으며 한라산 소주를 휘 둘러 비린맛을 잡고 미리 삶아 놓은 파스타 면을 넣고 쉐킷쉐킷, 소금후추로 간을 맞추면 완성! 제주에서 흔히 먹을 수 없는 메뉴라 인기가 좋았다. 제주가 개발되기 전이었고 파스타 같은 걸 먹으려면 1시간반은 족히 차를 타고 제주시내까지 향해야 했을 시절이었다. 사람들이 모이는 순간순간마다 광장장의 꽁치파스타가 테이블을 차지했고, 그거 먹어봤어? 라는 말이 작은 마을 가시리의 화두가 되었다. 여느 동네에서나 파스타를 쉽게 먹을 수 있고, 편의점이 가득 있는 서울에선 생각할 수 없었던 꽁치캔의 새로운 발견이었다.


가시리에 사람이 모이면 늘 중앙을 차지하던 꽁치파스타.



광장을 준비할 때부터 친구들 사이의 인기메뉴였던 꽁치파스타. 심야식당의 마스터가 만들어주는 히든메뉴처럼 메뉴판에 없지만 단골손님이나 친한 지인들만의 소소한 즐거움으로 준비해 놓고 있었다. 처음엔 제주에서 만들었던 스타일 그대로의 진한 바질향의 오일 파스타를 만들어 내다 일식을 기반으로 한 광장의 스타일에 맞춰 간장 소스로 바꾸어 지금의 레시피를 완성하게 되었다.




꽁치 파스타라니 처음 온 손님들은 비리진 않아요? 하고 먼저 묻는다. 취향이 안 맞아서 못 먹으면 몰라도, 맛있는 것만 팔아요, 한다. 손님들은 웃지만 꽤 진지한 답변이다. 추천메뉴는 없구요. 취향에 맞는 재료를 고르시면 돼요. 라고 말하면 꽁치파스타는 선택을 받기가 힘들다. 물음표를 한참 띄우다 포기하는지 질문보단 주문수가 적다. 하지만 짭쪼롬한 간장 맛에 비리지 않게 착착 감기는 해물 맛의 꽁치파스타는 한 번 먹고나면 무조건 다시 찾는 메뉴다. 꽁치파스타의 완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남은 양념에 밥을 쓱쓱 비벼먹어야 한다. 처음엔 꽁치 파스타에 밥을 곁들여 줬지만 버리는 일이 많아 따로 나가진 않는다. 파스타에 말아먹는 밥이라뇨! 하지만 우리가 각종 탕요리를 마지막 볶음밥을 먹기 위해 냄비를 비우듯, 꽁치파스타 필수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꽁치파스타를 다 먹은 후 밥 좀 요! 하면 워, 뭘 좀 아시는 분이군요. 하며 기꺼이 한 술 밥을 드립니다.


꽁치, 이제 파스타로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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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이 글을 업데이트 하는 오늘, 광장을 찾아와 꽁치파스타를 주문한 단골손님 K님.

인터뷰이를 누구로 하나 고민했는데 덕분에 K님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인터뷰를 부탁하던 설문이 적힌 노트북을 그대로 들고가 써 주세요. 하며 돌아선 건 우리들의 추억으로 남겨요. ♥


K님, 짧은 인터뷰.


1.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 일본식 야끼교자, 양배추 스테이크.

- 으암 못 고르겠어요. 지금도 해물꽁치파스타 한 접시 클리어 하고 또 뭐먹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가장 좋아하는 메뉴를 고르죠.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일본식 교자만두(명칭이 맞나요?)!!! 크리스마스 이브에 먹고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네요.. 양배추 스테이크도 아무리 레시피를 집에서 똑같이 따라해봐도 광장의 맛을 복원할 수 없는 미지의 메뉴입니다.


2. 광장을 알게 된 계기는?

- 트위터에서 우연히 광장장이 블로그에 올린 글을 리트윗한 걸 봤습니다. 광장 개장 전에 이 공간을 꾸미는 과정의 이야기가 담담한 글로 담겨있었어요. 그 글을 몇 개 읽으니 괜히 친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이후로 이렇게 자주 오게 되었네요.


3. 광장을 한 단어, 혹은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 휴식처!

- 처음 광장에 왔을 때나 지금이나 광장에 오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고 아무거나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끔 소파에서 잠들기도 하고.. 항상 좋은 음악과 음식과 술과 광장장이 있는 광장은 저에게 휴식처입니다 :)


4. 광장, 혹은 광장장, 광장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로이 써 주세요. (생략해도 됩니다.)

- 점점 더 멋진 공간으로 광장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처럼 자주는 못오지만, 항상 광장을 그리워하고 있는 단골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주세요~





광장, 그리고 광장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글, 김광연 / 그림, 박승희




일러스트레이터, 박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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