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장장 May 17. 2018

09. 증, 정주훈.

 


 정주훈 씨가 누구예요? 남자분들이 화장실을 갔다 오면 종종 카운터로 와서 묻는다. 처음엔 어? 아는 사이예요? 하고 되물으며 놀랐는데 화장실에 붙은 이름을 본 것이었다. 무슨 사이길래 변기를 기증했어요? 하고 재미있는 듯 묻는 손님들. 아 친한 동생이에요. 하면 정말 특이하다며 웃는다.


 광장의 화장실에 들어가면 변기에 이름이 새겨져 있다. 증, 정주훈. 하고. 주훈이는 자주 만나 술을 마시는 베스트 술친구다. 광장을 준비하며 여러 사정으로 오픈 준비하는 과정을 알리지 않았는데, 다른 술자리에서 우연히 주훈이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음..  일부러 숨겨서 미안하지만 하고 사정을 설명했더니 주훈인 뭐 필요한 거 없어? 하고 물었다. 섭섭해해도 미안하단 말 밖에 할 수 없는 내게 던져진 흔쾌한 물음에 마침 지금 화장실 공사 중이야. 하고 이야기를 이었다. 그래! 하며 화장실 변기 값을 지불해 주었다. 그게 증, 정주훈이 붙은 사연이었다.   


 증, 이 00. 증, 미미 자매, 증, 최 00 주훈이에게 변기를 받게 된 후로 친구들이 뭐 필요하냐 물을 때마다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하며 광장을 채워갔다. 처음 생각한 가게 규모와 예산을 훨씬 초과해버려 곤란하던 상황이었는데, 주훈이의 기증에서 힌트를 얻어 친구들의 힘으로 광장을 채우게 되었다. 오픈을 준비하며 의자부터 주방 집기까지. 도움을 받은 친구들의 이름을 붙였다.      


 그렇게 만든 광장이 곧 2주년을 맞는다. 친구들의 이름이 붙은 태그가 벗겨지기도 하고 떨어져서 기증했다는 흔적조차 사라졌지만 그 응원의 마음은 내 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그 이름들 덕분에 행복한 2년을 보냈다. 단골손님도 생기고, 아르바이트생도 있다. 혼자서 이렇게 저렇게 꾸려나가던 광장이 내 공간이 아니라 그들 각자의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그간 전시도 공연도 펼쳐졌다. <을지로바캉스>, <메리홀로크리스마스> 하며 광장만의 파티들도 열었고, <랜선에서광장으로> 라고 하는 혼자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위한 행사도 매달 열린다. 메뉴는 여름, 겨울 계절을 나눠서 바뀌기도 했다. 치킨 남방은 없애려는 시도에 대항해 지켜낸 10명의 손님들 덕분에 보통의 치킨 남방은 <10인이 지켜낸 치킨 남방>이 되었다.      


 망해도 어쩔 수 없어,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거야. 하고 만들었던 고집의 결정체 광장에서 그래도 좀... 하며 현실로 현실적으로 광장을 이끌어준 친구들 덕분에 광장이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지금도 문턱이 높은 가게라며 무서워하는 사람들을 만나지만, 이곳은 광장장에게 최선의 타협점이었다는 걸 이제야 밝혀봅니다. 원랜 2인까지만 입장되는 가게로 만들려고 하기도 했고, <랜선에서광장으로> 같은 1인 입장 행사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열려고 했던 걸요.      


광장 1주년 파티. 입장료는 5000원 이상, 전액 가장 많은 스티커를 받은 416TV로 기부되었다.


 광장의 2주년 행사는 작년보다 더 풍성하게 기획하고 있다. 작년에 박승희 작가님의 일러스트 초상화 행사가 있었고, 올해는 강호면 작가님을 초대했다. 광장을 하며 알게 된 윤숭님의 라이브도 준비되어 있다. 작년에 했던 제일 좋아하는 이벤트는 아쉽게도 진행할 수 없게 되었지만 또 재미난 기획들로 광장을 채우려고 한다. 2주년이라니... 2년... 30대의 시간에는 눈 깜짝하면 지나가는 짧은 시간이지만, 갓 태어난 아기가 일어나 걷고 뛰기까지 하는 시간이라 생각하면 이제 광장이 가려는 방향을 정해서 휙휙 뛰어가 보고 싶다.    



*  

축제일에 만드는 지라시스시, 올해도 물론 준비됩니다.

2018년 5월 20일 일요일,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파티합니다. 

입장료 5000원 이상 (현금으로 준비해 주세요) 음식은 무료로 제공됩니다. 

외부음식이 허용됩니다. 모두와 함께 나눠 먹어요. 

선물도 고맙지만, 

기부금으로 참여해주시면 더 기쁠 것 같아요. 

입장료는 당일 설문을 통해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곳으로 전액 기부됩니다. 

축제의 광장을 즐겨 주세요. 

5월 20일에 봐요. 



증, 정주훈의 정주훈에게 물었다. 

인터뷰를 하며 처음으로 이니셜이 아닌 실명 인터뷰.  아, 2주년 파티에선 보실 수 없어요. 사람 많은 델 지독히도 싫어하는 친구라서 말이죠. 


정주훈님, 짧은 인터뷰.           


1.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  치킨 남방, 치킨가라아게 


2. 광장을 알게 된 계기는?

- 광장장 친구. 


3. 광장을 한 단어, 혹은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 혼자 술과 저녁 먹기 편함. 


4. 광장, 혹은 광장장, 광장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로이 써 주세요. (생략해도 됩니다.)

-  여름에 어울리는 시원한 모밀 한판 가능한가요ㅎㅎ

광장장의 답 > 토마토 냉우동이 있습니다만... 작년에도 있었는데... 





광장, 그리고 광장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글, 김광연 / 그림, 박승희




일러스트레이터, 박승희

https://brunch.co.kr/@sh3707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sh3707

인스타그램 @psh3707

매거진의 이전글 08. 해물꽁치파스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