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장장 Jun 09. 2018

10. 1년에 2주, 총알오징어.



 총알오징어를 처음 맛 본 건 2014년의 가을이었다. 

 여럿이서 파티를 할 용도로 주문되었다. 보통 오징어의 절반 크기에 이름도 처음 들어본 녀석에 흠 이걸 어떻게 먹는 거지? 하며 일단 찜으로 맛을 보자기에 흐르는 물에 씻었다. 워낙 작은 녀석이라 다리를 쭉 빼니 내장까지 잘 딸려 나왔다. 내장을 똑 잘라 버리고, 찜통에 넣어 쪄 내길 5분 쯤, 접시에 담아 초장과 함께 냈다. 내장을 버렸어? 주문했던 사람은 이건 내장까지 먹어야 하는 거라며 버린 내장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오징어 내장은 버리는 거 아니었나요? 하고 다시 헹궈내 내장채로 쪄서 먹어봤다.      


2018 총알오징어 플레이트. 밥을 더해 내장 한 방울도 남김없이 쓱싹!



제목. 총알오징어.


총알 오징어. 

너는 나의 운명이더냐. 

내 오징어 외면한 30여년의 인생.

이렇게 돌아돌아 

너를 만났네.   

   

만났네.

너를 만났네. 


만나고야 말았네. 





 기름에 자글자글 구워낸 총알 오징어를 통으로 접시위에 올린다. 약간의 샐러드와 밥 한 덩이면 완성.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오징어에선 벌써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포크와 나이프를 준비하고 오징어 머리를 스윽 잘라내 맛을 본다. 야들야들한 치어의 부드러움,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사라지고 만다. 이 다음이 총알 오징어의 하이라이트다. 내장과 먹물이 있는 몸통을 자른다. 흐르는 내장과 먹물을 빠르게 입속으로 가져간다. 질끈 씹은 순간 눅진한 내장의 단맛이 입속을 채운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은 내가 이런 맛도 모르고 살뻔 했네 하며 미스터 초밥왕의 땀이 콧물이 뿜어져 나오며 박수를 쳐대는 장면들이 스쳐 지나간다. 신선하고 진한 내장의 맛은 오징어를 먹는 것인지 게를 먹는 것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도 한 입 거리조차 안 되는 게의 내장의 아쉬움이 해소된다. 씹고 또 씹다보면 포크와 나이프를 쥔 두 주먹을 테이블 위에 세우며 아아 하는 감탄과 함께 눈을 감게 한다. 그렇게 한 접시가 뚝딱 사라진다. 

 오징어에 대한 취향 호불호도, 맛에 대한 어떤 평가도 나오지 않고 마냥 맛있다. 너무 맛있다. 라는 말만 쏟아내게 되는 총알오징어의 맛. 광장장이 한 일은 소금을 흩뿌리는 일 뿐이었다. 


승희 작가님의 두번째 접시였던터라 밥 대신 토마토를 올려 줬지만, 결국 밥 한덩이를 추가하며 마무리했다. 


 그렇게 매년 6월 언저리에 광장에서는 총알오징어를 낸다. 가을에도 1,2주 나온다고 하지만 왜인지 그 때는 타이밍을 맞추기가 더 힘들어서 광장에서는 봄에만 내고 있다. 이렇게 총알오징어를 내게 된 3번째 6월, 총알오징어 들어왔습니다! 라는 문구를 올렸다. 을지로에서 일하다 먼 곳으로 떠난 손님, 바빠서 광장에 얼굴도 못 내 비치던 손님들까지 상기된 얼굴로 총알 오징어 남았어요? 라며 들어온다. 그렇게 찾아온 손님들 덕분에 이틀쯤은 쓸 거라 생각했던 총알오징어는 단 하루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여전히 엄지를 척척 들며 요즘 너무 바빠서 못 왔는데 이거 놓치면 안 되잖아요. 작년에 먹어본 손님들이다. 근데 총알 오징어는 여전히 맛있네요. 하며 웃는 얼굴을 마주한다. 또 내년에 보는 거 아니에요? 농담을 나눈다. 그렇게 반가운 사람들을 총알오징어가 불러왔다.      


 1년에 6월과 10월 1,2주 남짓 포획되는 총알오징어는 크기가 작은 한 품종이라고 생각했지만 성어가 되지 않은 오징어였다. 무리에서 이탈한 불쌍한 오징어라는 얘기도 있지만 최상의 맛을 구현하는 사이즈는 길어야 2주밖에 접할 수 없는 귀한 생물이었다. 그 기억이 시기 적절하게 6월에 떠올라 광장에선 매년 총알 오징어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올해는 조금 빨랐다. 5월이 끝날 무렵부터 적절한 크기의 총알오징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요즘 오징어 값이 비싼 건 어획량이 줄어들었다는 말에 총알오징어의 수효가 너무 늘어나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좀 되기도 한다.  걱정으로만 끝내야 하는 이유는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맛이기 때문이다. 용서해 주세요 오징어 조상님.     


 그 걱정이 무색하게 맛있는 총알오징어의 맛, 아아.. 놓칠 수 없어요. 그러니 광장에서는 내년에도 6월을 기약하겠습니다. 다음 해에 만나요!     




2018년 총알오징어 시즌에서 가장 많은 방문, 가장 많은 접시를 헤치우고 사라진 P님. 

1인당 1.5에서 2.5접시를 헤치워줬다. (엄지척) 네, 맞아요. 총알오징어는 있을 때 먹는 겁니다. (짝짝짝) 


P님, 짧은 인터뷰.           


1.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  베지테리안 누들 슾. 다 너무 시랑하지만 요즘 가장 좋아하는 메뉴. 주마다 최애 메뉴가 바뀌어요.. 아마 담주부턴 토마토냉우동이 되겠쥬(치킨남방사수위원회 소속)


2. 광장을 알게 된 계기는?

- 친구 M이 양배추스테이크와 아다마메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며 소개해줬어요.  첫 한입의 감동을 잊지 못해요 :)


3. 광장을 한 단어, 혹은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  휴식

- 광장이라는 장소, 운영하시는 광장장. 즐겨찾는 손님들이 주는 편안함이 있어요.  그래서 광장은 저에게 휴식같은 공간이에요


4. 광장, 혹은 광장장, 광장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로이 써 주세요. (생략해도 됩니다.)

-  2주년이 조금 지난 광장이지만 저말고 다른 광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20년 이상의 존재감일 거라고 생각해요.  광장의 음식과 분위기, 그리고 사람들. 앞으로 오래도록 보고싶은 바람이여요:)  ㅅ사.....ㅅ..사...는 동안 많이 버시어요, 2호점도 3호점도 환영해요 :) 항상 광장의 모든 행보를 응원합니다!




광장, 그리고 광장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글, 김광연 / 그림, 박승희




일러스트레이터, 박승희

https://brunch.co.kr/@sh3707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sh3707

인스타그램 @psh3707


매거진의 이전글 09. 증, 정주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