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가 되고 가게의 거의 모든 조명을 껐다. 이제 라이브를 시작하겠습니다. 공연이 시작하고, 어둠속에서 맥주잔을 채우고 자리에 앉았다. 옆에 앉은 알바2호와 허공에 건배를 하곤 오늘의 주인공 야기씨와 요시오군을 바라보며 맥주를 들이켰다.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이 찌르르 하게 몸을 훑어 내려갔다. 나도 모르게 깊은 숨이 훅 하고 쏟아져 나왔다. 조금은 지쳐 있었는지도 모른다.
도쿄 유학시절 알고 지내던 요시오군이었다. 인천에서 하는 뮤직 페스티벌에 초대 되었는데 일정 중에 다른 공연도 하고 싶어서 말이야. 혹시 공연할만한 공간이 있을까? 라는 연락. 요시오군은 긴 설명글과 유투브 주소를 알려주었다. 이번 달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라고 결심한 다음날이었다. 다른 공연장을 섭외하기엔 시간이 없었고, 쉬고 싶은 맘과 해외뮤지션의 공연을 여는 장소라는 타이틀에 욕심난 마음이 엇갈렸다. 공연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아니라 공연장비는 물론 최소한의 마이크와 스피커도 없어. 공간, 괜찮을까? 하고 답변을 했다. 광장이라도 괜찮다면, 하고 사진을 보냈더니 반색하며 고맙다는 답변을 주었다. 공연까지 길지 않은 시간이라 포스터며 예약폼을 정신없이 만들고 예약한 손님들과 위로광장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공연을 한 쓰다와 윤숭도 초대해 라이브 날을 맞았다.
이번 달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거야 라고 할 만큼, 봄부터 지치도록 이벤트를 열었다. 을지로바캉스에 DJ 파티도 열었다. 세 번의 전시를 했고 두 번의 라이브를 끝냈다. 모든 일정을 혼자 소화해 내야 했기 때문에 잠도 못자고 포스터와 엽서를 만들고 프린트를 하러 뛰어다니고 섭외 연락을 하고 스케줄을 잡는 일이 이어졌다. 문득문득 나는 지금 뭘 하고 있지? 즐거운 일을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지만, 즐거웠던 몇 번의 경험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했다. 광장을 준비할 때와 같은 그 기분. 고생이랄까 힘듦과 애씀이 다 씻겨 내려가는 완성의 즐거움을 말이다. 그래도 무리한 건 분명했다.
이전까지의 기분이야 어쨌든 공연이 시작하자 완성의 즐거움이 밀려들어왔다. 이런 순간을 위해 나는 열심히 했구나. 공연에 빠져 있는 사람들, 즐겁게 공연하는 야기상과 요시오군, 음악으로 채워지다 박수로 바뀌고 다시 웃음으로 이어져 음악이 되던 그 순간, 갑자기 펑펑 울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느샌가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 내렸다. 훌쩍이는 콧소리에 울음이 들킬새라 주방으로 들어가 맥주잔만 채웠다. 내 머릿속에 이상적으로 그려지던 순간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이런 순간을 광장을 연지 겨우 1년여만에 만나게 될 줄이야.
광장을 만들 결심한 처음의 이유가 떠올랐다. 애초부터 모두가 원하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모두의 공간을 만들려 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규칙들을 말 할 때 주변 사람들은 고개를 내저었고, 나를 아끼는 만큼 걱정도 컸다. 하지만 고집을 피웠다. 소수의 취향도 홀로하는 즐거움도 이해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이 날 모인 스무명이 안 되는 사람들이 말이 통하지 않아도 공감을 느낀 것처럼 스스로 행복할 방법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누구든지 모두를 위해서 운영되는 것들만 정답이고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광장을 보이고 싶었다. 광장은 허무맹랑한 공상이라며 어른이라면 어른스럽게, 라던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나의 언어였다. 스스로도 어느 시점에선 이상적인 세상을 꿈꾸는 건가? 하고 한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밤, 이상을 현실로 보았다. 이런 날을 그냥 보낼 순 없었다. 이 순간을 만들어준 뮤지션, 초대손님들, 그리고 공연을 즐긴 손님들에게 술을 한 잔씩 권했다. 술을 건네고 함께 마시며 건배했다. 울컥이는 맘을 숨기느라 멍청한 말로 건배사를 하고 말았지만, 새로운 뜨거움과 다짐을 담았다. 건배, 간빠이 하며.
1년반 남짓, 지금은 운영하고 있는 나의 취향이 십분 발휘되어 있지만 시간이 쌓이면 이곳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으로도 채워지게 될 것이다. 누구나가 아닌 각각의 어떤 것으로. 정형화되지 않은 위로가 되길 바라며.
“ 평일 저녁, 회사 그림자가 드리워진 을지로를 바삐 벗어나려는 발걸음은 아직 이곳에서 스스로 위로받을 공간을 만나지 못해서겠죠. 가벼운 술과 안주, 수목원이 연상되는 푸른 창의 광장이 떠나고 싶은 곳이 아닌 위로를 담아 광장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광장의 첫 공연가수, 쓰다. 짧은 인터뷰.
1.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양배추스테이크!!
2. 광장을 알게 된 계기는?
- 친구들과 지나가다가 우연히 발견했어요. 왠지 을지로랑 어울리지 않는 그윽한 밥집이 생겼길래 오 여기 가보자! 해서 막 들어갔어요.
그날 먹었던 음식이 전부 다 정말 맛있어서 특히 양배추 스테이크!! 나중에 인스타 찾아보고 광장장님 인터뷰도 읽어보면서 팬이 되었어요. 요즘엔 언젠가 모든 메뉴를 다 먹어보겠다는 심산으로 좋아하는 친구들을 한 명씩 야금야금 데리고 가고 있습니다.
3. 광장을 한 단어, 혹은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 누구도 다치지 않는 포근한 공간.
4. 광장, 혹은 광장장, 광장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로이 써 주세요.
- 소울푸드 폭격기..?
광장에서 먹었던 모든 요리가 다 제 영혼의 음식이에요. 너무 좋은 것 투성이라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소울가게... 소울쉐프... 뭐.. 그런 것 같습니다. 광장 만세.
밥 먹는 술집, 광장, 그리고 광장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글, 김광연 / 그림, 박승희
일러스트레이터, 박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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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psh3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