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은 언제나 혼자 온 손님이 우선이다. 지금은 4명까지 입장 할 수 있고, 4인 테이블도 있지만, 원래 계획으론 입장 할 수 있는 손님은 두 명까지 제한하려고 했다. 내가 가장 아끼는 가게의 가장 아끼는 사람을 데려가고 싶은 공간이 컨셉이었다. 몇 개월간 가게를 알아보다 생각보다 큰 가게를 얻게 되었고 좌석수와 손님수 제한에 다시 고민을 해야 했다. 게다가 을지로는 특이했다. 평일엔 회사원들이 가득하다 주말엔 사람이 거의 다니지도 않는 거리, 회사가 끝난 후 여럿이 모여 마시는 동네였다. 덕분에 4명 제한인 것도 어리둥절한 반응을 대하기 일쑤였다. 4인 테이블이 차면 더 들어올 수 없어요. 의자도 붙여 드릴 수 없고요. 하며 애써 찾아온 손님을 돌려보내며 분위기를 유지하려 애썼다. 혼자 오는 사람이 편하게 올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그새 나는 조용히 해주세요의 잔소리꾼이 되었다.
처음에는 친구와 지인들이 광장을 채웠다. 혼자 가도 되는 술집에 대한 친구들의 적극적인 홍보 덕분에 친구, 친구의 친구, 지인, 근처 회사를 다니는 지인의 지인 그렇게 여러 갈래로 알게 된 사람들이 찾아왔다. 각자 호기심에 혼자 오긴 했지만, 혼자 술 마시는 건 어색해 했다. 네가 아니었으면 혼자 못 왔을 거야, 하는 이야기도 수차례 들었다. 혼자 술 마시는 게 어때서? 다분히 한국적이지 않지만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고. 관광지도 아니고 유흥가도 아닌, 그래서 일부러 오는 게 아니고는 발길하기 힘든 이 곳엔 우연히 찾아온 여행객조차도 없었다. 하지만 섭섭해 하지 않았다. 어차피 누구나에게 통할 방법으로 가게를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을지로를 선택했던 것이다. 을지로는 광장의 불빛 하나만 반짝이던 서울 밤거리의 그늘이었다.
기대도 없던 오픈 일주일만에 혼자 온 손님이 왔다. 누구의 친구에요 혹은 지인이에요 라는 이야기 없이 안내에 따라 주문하고 음식을 먹던 W씨. 혼자 온 손님이다! 어떻게 이렇게 금방 혼자 온 손님이!! 어떤 매체를 통해 찾아왔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오지랖을 떨기엔 아직 미숙한 운영자라 물어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 후 바로 일주일 만에 W씨는 또 찾아주었다. 반가운 마음에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었다. W씨는 종종 광장의 오후시간을 즐겨주었다. 게다가 W씨가 좋아하는 자리는 고등학교 친구가 기증해준 의자의 자리였다. 좋은 손님이 와서 채워주길 바란다고 하며 의자를 놓았던 바로 그 자리. 친구의 기원이 닿은 것만 같았다.
처음엔 혼자 온 손님이 적었지만 가을 쯤 되자 혼술, 혼밥이 유행하는 컨텐트가 되었다. 때론 길다란 창 앞 일곱자리 전부가 혼자 온 사람들로 채워지기도 했다. 혼술 인증샷을 찍으러 일부러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게 기억하지 못하는 혼술러들이 스쳐지나갔다. 그 와중에도 W씨의 방문이 이어졌다. 계절이 지나고 안부를 묻고 작은 간식을 주고받으며 시간이 지나갔다.
연말, 광장에선 단골손님들의 주소를 받아 엽서를 보낸다. 다행히 W씨의 주소도 받을 수 있었다. 적혀진 주소지는 부산이었다. 부산이요? 서울로 주소지를 바꾸지 않으셨나봐요? 하고 묻자 저 원래 부산에 살아요. 하고 대답했다. 부산! 부산이라니! 너무 놀래던 내게 서울에 수업을 듣는 게 있어 시간이 될 때마다 들렀다고 했다. 수업이 1주일에 한 번인데 광장엔 한 달에 3번쯤은 왔으니 거의 서울 방문 때마다 온 거잖아요 하자 쑥스럽게 웃으며 좋아서요. 하고 대답해주었다. 뭉클... 인스타그램으로 기차에서의 사진들을 매우 많이 보긴 했지만 단순히 기차여행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말았다. 사실 상상하지 못했다. 먼 곳의 단골손님이라니. 괜히 으쓱한 기분마저 느껴졌다. 여전히 서울에 올 때마다 광장에 들러주는 W씨. 그녀에 대해 쓰다 보니 초여름쯤에 만난 게 마지막인 걸 깨달았다. 수업이 끝나서 당분간은 자주 못 온다고 인사도 나눴다. 자주 만나지 못해 아쉽지만, 부산에서도 꿈을 위해 서울 오가기를 마다하지 않는 W씨의 방문을 천천히 기다려야지. 그녀의 꿈이 이뤄져 서울 생활이 시작되길, 혹은 서울방문이 잦아지길 빌어 본다.
W씨, 짧은 인터뷰.
1.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 치킨남방
2. 광장을 알게 된 계기는?
- 인스타그램 – 인스타그램을 보고 광장을 선택한 이유는 필요충분조건(?) 들을 다 갖춘 장소였기 때문에..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 안 보이는(!!) 바램을 다 충족시켜줄 것 같아서.
3. 광장을 한 단어, 혹은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 1인용아지트, 사람들이 각자 집중하고 즐길 수 있는데 최적화 된 소굴같은 느낌. 마음 속 아지트이기도 하고, 쉽사리 다른 친구들에게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은, 나만 알고 싶은 은신처같은 느낌.
4. 광장, 혹은 광장장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로이 써 주세요.
- 광장은 영원하라. 장난 같지만 광장이 사라지면 슬플 것 같아요. 그래서 영원했으면... 할머니 돼서도 가서 앉아 있다 오고 싶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계속 있어줬으면 해요.
- 광장장님에게는 아프지 마시길, 혼자서 그 많은 일과 활동들을 하시는 게 대단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요. 그래서 혹여 지쳐버리시면 어떨까 괜한 오지랖 같은 걱정이 되기도 해요. 쉬엄쉬엄 오래오래 광장을 열어주시길 바랍니다.
밥 먹는 술집, 광장, 그리고 광장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글, 김광연 / 그림, 박승희
일러스트레이터, 박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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